자유한국당 내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 재판을 받게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기결수(형이 확정돼 처벌을 받고 있는 자) 신분이 된 것을 두고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를 추진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되고 있다.
다만 지난 주말 회동을 통해 불구속재판결의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김무성 전 대표와 윤상현 의원 등은 이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탄핵에 찬성했던 비박계의 '수장'격인 김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탓이다.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의원 주최로 열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의 법적인 문제점’ 토론회에서는 친·비박계를 막론하고 15명의 의원이 모였다. 이들은 △주 4회 재판 △사건 병합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최소한의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어떤 특혜를 줘선 안 되지만, 또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재판 과정에서 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며 “두 분 전직 대통령을 즉각 석방해서 공정 재판, 인권 재판이 되도록 하고 또 이를 정치권에서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상규 의원은 “지금 두 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며 “촛불에 의한 문재인 대통령 집권 시작 시점부터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질적 법치는 완전히 실종됐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의원도 “재판이 2심에 가 있는 상황인데 좀 더 우리 당이 챙겼어야 했는데 늦어진 것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이어 “인권 변호사 출신이면서 재판 과정의 적법 절차를 그렇게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심각한 위반을 뭉갠다는 것에 대해 인격조차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다. 법사위에서 적극 대처했으면 좋겠고 같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20대 총선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상고 시한인 29일까지 상고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혐의인 △국정농단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공천 개입 중 첫 번째로 확정판결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구속 만료를 통한 석방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서정욱 변호사는 “형이 확정돼 구속기간 만료로는 풀려나기 힘들기 때문에 형이 확정되는 즉시 사면 투쟁을 해야한다”고 했다. 또 “몸이 안 좋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에 건강 악화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반드시 진상조사를 해서 형 집행정지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윤상현 의원은 애초 국회 차원 결의안 발의를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기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은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회동에서) 석방촉구결의안을 내자는 것은 논의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저나 김 전 대표가 만드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지도자 몇 분이서 그걸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차원의 결의안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회동에 동석했던 전광훈 목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정규재 정규재TV 대표 등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의안 추진과 관련, 김 전 대표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상황을 의식한 탓으로 보인다.
친박계의 불신은 상당히 높다. 회동에 함께했던 홍문종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저 양반(김 전 대표)이 무슨 정치적으로 술수를 부리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석방이) 법적으로 지금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결의안 추진을 자꾸 하려는 의도가 좀 의심스럽다”고 했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무소속 의원도 “자기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고 당에 침을 뱉고 탈당했던 사람들이 한 마디의 사과와 반성도 없이 슬그머니 복당하더니 이제 와서 정치적 입지를 위해 석방 결의안을 내겠다고 운운하니 이보다 더 후안무치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김 전 대표가 말하니까 과거의 불신이 녹아 있어서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는데 그런 건 추호도 아니라고 본다”며 “그 분도 당과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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