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가축으로, 어떤 이는 애완용으로 여기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가족, 혹은 주인님으로 대하기도 한다. 함께 산 기간과는 관계없이 말이다.
보미 씨는 <노트펫>에 제보 를 통해 "매일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덕희가 내게 와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 근무여서 늘 피곤하지만, 덕희만 보면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진다"며 "덕희는 내가 사는 이유 그 자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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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야, 내가 사진 찍기 전에 선 정리 하라고 했지!" |
그런데 이런 말을 하기까지 함께 한 기간은 불과 1개월이 조금 넘을 정도란다. 40일 정도의 짧은 시간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까지 덕희에게 의지하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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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미 씨의 콧대높은 주인님, 덕희. |
덕희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고양이다. 덕희의 전 주인은 성묘도 되지 않은 덕희를 강제 교배 후 털을 밀고 유기했다.
다행히 인근에 사는 주민이 이를 목격하고 덕희를 구조 및 임시 보호했지만, 임시 보호도 오래 할 수는 없었다. 구조자가 키우는 고양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덕희를 보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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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희 혀는 딸기맛. |
이때 입양 의사를 밝힌 사람이 보미 씨다. 보미 씨는 구조자에게 "평생 덕희가 행복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뒤 덕희를 주인님으로 맞았다.
보미 씨 역시 힘든 시기를 보냈고, 우울증을 앓고 있어 덕희가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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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돌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덕희. |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 보미 씨는 첫 일주일간 덕희를 보는 게 소원이었다. 출근했다가 돌아오면 어디론가 숨는 바람에 덕희 얼굴 구경도 힘들었다는 보미 씨.
입양할 때 상상했던 '집사의 삶'과는 너무 다른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실의에 빠진 그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덕희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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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미 씨와 친해진 뒤로는 숨지 않고 이렇게 당당하게 나와 있다. |
어느 날 보미 씨는 상실감에 고개를 떨궜다가 '쥐돌이'를 발견했다. 덕희와 놀아주겠다며 샀다가 방치된 장난감이다. 쥐돌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상상 속 덕희와 놀기 시작한 보미 씨. 어느덧 그에게는 덕희의 환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미 씨가 '증강현실게임은 이런 느낌이겠구나'라고 생각한 순간 입질이 왔다. 증강현실로는 구현할 수 없는 촉감이었다. 그는 "정신을 차려보니 현실이었다"며 "진짜 덕희일 줄은 생각도 못 했던 터라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보미 씨는 덕희를 입양한 뒤 퇴근하는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문을 열면 현관에 앉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덕희가 보고 싶어서다. 더는 현관문을 열었을 때 어둡고 냉기만 돌던 공간이 아니다.
게다가 환대 후 이어지는 골골송에 보미 씨는 요즘 퇴근하는 '맛'이 난다고 한다. 혼자 살던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생활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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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바라보는 보미 씨와 덕희. 덕희가 시선을 피한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해다. |
보미 씨는 "어느 날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데 휴대폰과 내 품 사이로 들어와 누웠다"며 "너무 행복한 나머지 살짝 눈물이 고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사람한테 상처가 많을 텐데 마음을 열어준 게 고마워서다.
그는 이어 "덕희의 개인기를 보여주겠다"며 덕희의 귀에 고무줄을 살짝 올려놨다. 그리고는 고무줄이 귀에 걸리자 고장 난 덕희를 보고 활짝 웃으며 "덕희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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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호 기자 juho1206@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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