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팀이 2기 체제로 바통터치를 했다. 1년 6개월여의 임기를 마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시민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홍남기 전 국무조정실장은 차기 경제부총리의 자리를 맡게 됐다.
홍남기호(號) 2기 경제팀의 갈 길은 바쁘다. 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제1 정책 목표인 일자리 창출부터가 급한 실정이다. 단기 일자리 찾기에 급급했던 악몽에서 벗어나, 국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일자리 마련부터 피치를 올려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1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무조정실장을 맡아오면서 국정 현안을 두루 살피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 경제사령관 자리에 앉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경제 컨트롤 타워를 교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당장 한국경제의 시국이 엄중하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일자리 정부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문제부터 시급히 풀어나가야 할 과제로 꼽힌다.
올 들어 1~10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은 9만6800명가량이다. 정부가 올해 당초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일자리 규모를 조정했는데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취임과 동시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그려가며 일자리 만들기에 매진해온 문 정부이지만,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이견이 많았던 1기 경제팀 운용기간 동안 이렇다 할 실적을 내놓기에는 역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올 4분기 들어 추진한 혁신성장·맞춤형 일자리 정책은 단기 일자리에만 국한됐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목표 실적을 채워야 한다'는 정부의 부담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단기 알바 자리로 채워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일자리 문제에 대해 임기 동안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퇴임 직전 기자들을 만나 "아쉬운 점은 일자리 문제로, 그전에도 말했듯이 가슴에 숯검댕이를 안고 사는 것 같았다"며 "부총리 임명 직전 대학 총장을 역임하며 젊은이들을 만나온 터라 일자리 문제가 남다르게 피부로 와닿는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임사에서 "국민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없는 정책'을 펼치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후배 직원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몰입한 문 정부에 김 부총리의 그간 소신 발언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중국 북송의 소동파를 언급하며 "그는 서민을 위해 만든 왕안석 신법이 부작용을 낳자 '국민 모두가 폐지를 주장하는데, 유독 전하만 왜 '고집'을 부리십니까' 라며 진언하다 귀양을 떠났다"며 "한국의 관료인 김동연 부총리에게는 그런 용기가 없다는 말인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받게 된 2기 경제팀의 일자리 출발선은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이 발표되는 12일이다.
11일 정식 취임식을 갖는 홍 부총리 역시 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이르면 12일께 경제관계장관회의의 명칭을 바꿔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춰 일자리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이번주 경제현장도 방문한다. 대외경제장관회의도 열고, 대외 리스크 점검에도 나선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통상 문제를 좌우할 미·중 무역전쟁의 화염이 꺼지지 않은 만큼 관계 부처의 대책 마련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만남도 주목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경기 변화상황을 논의하는 등 경제심리 안정화에 소매를 걷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주 내로 홍 부총리의 국회 방문도 예고됐다. 내년 예산 심의가 국회를 가까스로 통과한 상황이지만,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는 각종 경제관련 법안의 통과 역시 내년 한국경제팀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을 기본으로 한 경제정책 마련에 대해서는 2기 경제팀의 운용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현장과의 소통을 더 원활하게 할뿐더러 시장과의 접점을 다양하게 찾아가는 차원에서 정책을 다원화·고도화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