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지난 8일 발생한 강릉선 KTX 탈선 사고의 파장이 커지면서 결국 사퇴했다.
최근 3주 동안 무려 10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열차 사고가 발생한 데다, 특히 이번 탈선 사고로 철도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 및 기강 해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점이 사퇴의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11일 오영식 사장은 "지난 2월 취임사에서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 왔지만,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를 표명했다.
또 오 사장은 "모든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다.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권 출신의 오 사장은 지난 2월 6일 홍순만 전 사장 사퇴로 코레일 사장에 취임해 10개월가량 일했다. 임기 내 '철도 공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오 사장은 코레일 해고자 전원 복직, 남북철도 연결사업 등과 관련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잇따른 철도 사고가 터지면서 오 사장의 역량에 의혹의 시선이 일기 시작했다. 그는 이번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을 추운 날씨 탓으로 돌리는 등 전문성이 의심되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 여론도 더욱 악화됐다.
이처럼 여론의 질타가 이어진 데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고강도 철도 안전 대책을 주문하고 나서자, 오 사장은 더 이상 수장 자리에서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코레일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코레일 차량기술단장과 기술융합본부장 등을 역임한 정인수 부사장이 대행을 맡게 된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가 발생한 지 사흘 만에 오 사장이 물러나게 됐지만, 향후 사고가 모두 수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사고 원인이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고, 국토부 및 코레일 사고 관련 책임자들의 대규모 추가 문책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초부터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조사 역시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열차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인 선로전환기가 설계 단계부터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철도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드러난 사안들에 대해서만 초동 조사를 벌인 것이다. 앞으로는 근본적인 선로 문제, 설계 오류 원인, 유지 보수 문제 등 내부 문제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에 나설 예정"이라며 "타 부처 및 관련 기관과의 협동이 필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사가 완료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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