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후보가 김학용 후보를 누르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아울러 나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룬 정용기 후보가 정책위의장에 당선됐다.
범친박계·잔류파의 지원을 등에 업은 나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당내 주도권이 다시 친박계로 넘어갔다는 평가다. 한국당에서 여성 원내대표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원내대표의 당선은 한국당 의원들이 이미지 쇄신을 원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대표 경선을 진행했다. 나 후보는 전체 103표 중 68표를 받아 35표를 받은 김 후보를 이겼다. 비박계·복당파의 지원을 받은 김 후보의 패배로 다시금 친박계가 당내 주도권을 거머쥐게 됐다.
나 의원은 당선 일성으로 “의원들께서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분열이 아니라 통합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지긋지긋한 계파 이야기는 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저희가 하나로 가야한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막아내고 우리가 지켜야 될 가치를 같이 지켜가길 바란다”며 “제가 부족하지만 함께하면 한국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린 할 수 있다”고 했다.
나 의원은 연이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현안으로 대두된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후에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하게 정개특위 활동 시한 안에서 하려고 하기보다,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함으로써 천천히 논의해서 풀어갈 문제”라고 밝혔다.
보수통합에 대해선 “우리당의 큰 가치를 함께하는 분이 있다면 모두 문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당의 지지율이 많이 회복됐지만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자연적으로 보수통합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당선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두 배 가까운 득표로 범친박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홍준표 전 대표 체제 이후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당선되는 등 비박계가 주류가 됐지만, 이번 경선을 계기로 다시금 친박계가 전면에 등장할지 관심이 모인다.
또 다른 의미는 한국당 의원들이 이미지 변화를 원했다는 데 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 계열 정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강성 일변도의 투쟁보다는 ‘화합’에 좀더 방점을 뒀다는 평가다.
또 의원들이 ‘파격’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러닝메이트인 정 신임 정책위의장은 충청권 재선 의원으로 계파-지역 안배라는 기존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학용 후보의 경우 초선 비례대표인 김종석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삼았다.
1963년 서울 출생의 나 원내대표는 서울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 24기에 합격했다. 부산지법,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2002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정책특보로 정치에 입문,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선 서울 중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고, 이후 당 대변인과 이명박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대변인 등을 거치며 인지도를 쌓았다. 2011년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했지만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 패배했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해 국회에 복귀했고, 20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4선 중진이 된 20대 국회 이후 세 차례 원내대표에 도전했고 마침내 당선됐다.
정 정책위의장은 대전 대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재선 의원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경찰대 1기로 입학했지만 정부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다. 이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민주자유당 공채 1기로 정치에 입문한 당직자 출신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범친박계 초·재선 그룹인 ‘통합과 전진’의 멤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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