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은 최근 가계여신, 기업여신, 카드 등의 주요 업무에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 로봇프로세스자동화)를 도입했다. 인간의 반복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가 자동화해 △개인 여신 자동 기한 연기 △카드가맹점 계좌 검증 △비대면 카드 심사 △기업 휴폐업 정보 조회 등 7개 프로세스에 적용했다. 로봇 수와 일일 처리량에서 국내 금융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지난 10일 농협은행 본사 'RPA 컨트롤룸'에서 만난 임우진 디지털프로세스혁신팀장은 "RPA는 결국 사람을 위한 자동화 기술"이라며 "고객 상담을 위한 정확한 자료는 로봇이 제공하고, 직원은 그 자료를 통해 고객을 상담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은행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단순 계산이나 입력, 실적 집계 등에 과도한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단순 반복적인 후선업무를 RPA가 담당하게 되면서 영업점 직원들은 심층적인 고객 분석과 상담, 영업전략 수립 등 고부가 가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임 팀장은 "RPA가 직원의 업무를 보조하면서 고객이 느끼는 서비스 향상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며 "농협의 가장 큰 장점인 대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내부에서는 고객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 만족도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로봇 한 대는 사람 3~4명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총 40대의 RPA를 운영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100명 이상의 업무를 로봇이 담당하는 셈이다. 5~10대 규모의 보안실을 운영하는 타행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의 업무량을 대체한 것이다.
그는 "은행에서는 여러 채널에서 다양한 시스템이 운영되는 데 간혹 고객의 정보가 모든 시스템에 동일하게 업데이트 되지 못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시스템 간 정보 불일치는 전산적으로 일괄처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람이 일일이 고칠 수도 없지만, RPA에서는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RPA 적용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내년에는 재무, 내부통제, 외환 등 본점의 프론트영역(심사·실행)까지 적용 분야를 확대할 방침이다.
임 팀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본격 도입에 발맞춰 임직원의 과도한 업무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집중 발굴해 RPA에 적용할 것"이라며 "향후 챗봇 등 다양한 채널과 추가적으로 연계하고, AI로 시스템을 고도화시키면 고객이 피부로 느끼는 서비스 수준은 더욱 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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