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적극적인 양보 제스처로 미·중 무역협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무역분쟁 휴전 이후 첫 조치로 미국산 대두 수입이 재개된 데 이어, 완강한 자세를 취했던 중국 첨단 분야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대두수출협회는 중국국영기업이 지난 24시간 동안 미국산 대두 150만~200만t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양국 정상이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한 후 첫 번째 실행된 조치로, 무역분쟁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로 보여지고 있다. 통신은 “이번 대두 구매 거래는 중국이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첫째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대체하거나 연기하는 등의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당국 고위급 관계자의 말을 인용, 중국이 중국제조 2025의 계획을 10년가량 늦추고 시장을 개방하는 새로운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제조 2025는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제조업 대국인 중국을 제조업 강국, 나아가 첨단기술 강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중국의 주요 발전 전략이다. 중국에서 자체 생산하는 핵심부품 비중을 2025년까지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인데, 새로운 방안이 적용되면 이 점유율 목표가 낮아질 전망이다. 첨단 제조업 비교우위 확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줄어들고, 외국 기업의 참여는 더 많이 허용되는 셈이다.
중국제조 2025의 수정 소식은 매우 고무적인 변화로 평가된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가 공정한 무역 관행을 해치고 해외 기업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지만 중국이 이와 관련해 전혀 양보할 의지를 보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WSJ는 “베이징이 워싱턴과의 긴장 완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은 지속적으로 무역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은 정상회담 이후 과거 강경한 입장과는 달리 한 발 물러선 자세로 협상 타결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지난 11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40%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7월부터 무역전쟁 보복 차원으로 실행된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 부과를 다른 나라와 똑같은 수준으로 내린다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변화가 예고됐다. 11일 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미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개정된 특허법을 최고인민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은 특허권을 위반하는 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가올 무역협상은 낙관적인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간 무역협상과 관련, “다가오는 몇 주 내 뭔가 좋은 발표들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이 같은 조치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미국 관료들은 중국이 정말로 야심을 후퇴시킬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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