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 이사회가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 총장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직무정지를 요청한 바 있다.
KAIST 이사회는 14일 오전 정기이사회를 열어 과기정통부가 요구한 신 총장의 직무정지안을 논의했으나, 과반수 찬성으로 유보를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이 DGIST 총장 재임 당시 한국연구재단 및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각각 다른 내용의 연구협약을 체결, 국가연구비를 지원받고 이 중 22억원을 LBNL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 총장이 LBNL의 연구원으로 있던 제자를 정당한 절차없이 편법 채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에 횡령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KAIST 이사회에 총장 직무정지를 요구했다.
신 총장은 LBNL에 대한 현금지원은 독자적인 사용권한 확보를 위해 적법한 절차의 협약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과학자 단체인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과 KAIST 동문회, KAIST 교수협의회, 실리콘밸리 동문회 등도 신 총장에 대한 충분한 소명 기회없이 직무정지 요청을 한 과기정통부의 처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LBNL 법무팀 역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장무 KAIST 이사장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 DGIST와 LBNL간 공동연구 과제는 문제가 없었으며, 공동연구비는 LBNL 계정으로 편입돼 내부 기준에 따라 적합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신 총장이 결제해 보낸 연구비 중 일부가 제자의 인건비로 지출됐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해당 연구원은 정상적인 채용절차를 거쳐 고용됐다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역시 이날 신 총장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다르면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신 총장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이번 조치가 전정권 물갈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따른 과학계 기관장 인사를 위해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기관장을 찍어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 실제 지난 9월 정부 압력으로 물러난 하재주 한국원자력원구원장을 비롯해 손상혁 DGIST 총장 등 과학계 수장들이 갑작스레 사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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