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IBM 등 IT공룡들은 플랫폼 위에서 동작하는 데이터를 독점하면서 시스템 시장을 장악해왔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복합 문화 공간에서 국내 기관투자자와 유망한 블록체인 개발사가 만나는 '체이너스 밋업' 현장. 첫번째 발표자로 나선 블록체인 기술기업 다이브(DAIB)의 황병대 기술이사(CTO)가 자사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을 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영향력이 커져 경제력이 이들에게만 집중되자 블록체인 기반의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 dApp)이이 급부상하고 있다. ‘탈(脫)중앙화’와 ‘보상(인센티브)’으로 대표되는 디앱은 장기적으로 기존 앱 생태계에 대한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16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과 이오스 등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 기반의 디앱 수가 급증추세다.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조사업체 디앱레이더에 따르면 지난 9월 800여개에 달하던 이더리움 디앱 수는 지난달 28일 기준 1239개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이오스 기반 디앱은 179개, 네오 85개, 스텔라 60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NS뿐만 아니라 메신저에서도 블록체인이 접목된 디앱이 미래형 서비스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카카오톡이 디앱 콘셉트로 개발되면 이용자의 정보와 대화 내용을 정부와 기업 등이 열람할 수 없다. 일부 국가에서 자행되는 민간인 사찰 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디앱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보상이다.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수의 이용자를 바탕으로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글로벌 동영상 서비스로 자리를 잡은 구글의 유튜브는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영상에 광고를 붙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유명한 우버는 서비스 출시 10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우버 운전자들의 경제적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디앱에선 플랫폼 생태계에 기여한 이들에게 암호화폐로 보상한다. 이는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가치다.
여현덕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스팀잇은 페이스북을, 위험이나 코자자는 에어비앤비를, 라주즈나 타다는 우버를 대체하려고 한다”며 “모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미들맨(중개자)을 걷어내고 개인들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공유경제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디앱은 수직적 통제질서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디앱이 당장 대중화되기엔 아직 역부족이란 지적도 있다. 네이버의 메신저 자회사 라인에 따르면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각광받는 이더리움 지갑 수는 4000만개 이상 개설됐다. 이 중 디앱을 실제로 이용한 사람은 0.025%에 불과했다. 현존하는 디앱의 상당수는 게임과 도박 등에 한정돼 일상생활에 필요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업계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디앱이 중앙 플랫폼의 대체 수단이 될 것이라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만 수요가 적어 대중성을 얻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 300만개 이상의 앱이 개발됐는데, 디앱도 급격히 성장하는 계기가 곧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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