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후계 '0순위'의 화웨이 2인자 멍완저우(孟晚舟) 최고재무책임경영자(CFO)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되면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설'에 힘이 실렸고 미국 주도로 화웨이 통신장비 보이콧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화웨이는 판매량 2억대 돌파를 예고하고 신제품도 야심차게 공개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이어갔다.
허강(何剛) 화웨이 소비자사업 휴대전화 부문 대표가 17일 화웨이 신제품 '노바(nova)4' 발표회 현장에서 성탄절인 오는 25일 화웨이의 올해 휴대전화 판매량이 2억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8일 보도했다. 올 7월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사업부 최고경영자(CEO)는 판매량이 이미 1억대가 넘었다며 올해 2억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2억1500만대로 삼성 다음의 2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1억53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3위에 랭크됐는데 올해 2억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면서 애플과의 격차도 크게 줄일 전망이다. 다수 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화웨이는 이미 애플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애플의 2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1%에 그친데 비해 화웨이의 판매량 증가폭은 41%에 육박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인 노바4는 홀-펀치(hole-punch) 디스플레이 적용 제품이다. 6.4인치 디스플레이에 2310×1080 풀HD 해상도를 갖췄으며 2500만 픽셀의 후면카메라, 새로운 기린 980 칩셋을 탑재했다. 가격은 대략 450~490달러 선이다.
홀-펀치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점처럼 작은 구멍을 내고 이를 이용해 전면 카메라를 작동하는 기술이 적용된 것을 말한다. 삼성도 지난주 신제품 갤럭시 A8s를 통해 비슷한 형태의 홀-펀치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화웨이는 2019년이 시작되는 1월 1일부터 각종 우대해택과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사은행사로 소비자와 성과를 나눌 계획이다. 이는 2019년이 화웨이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며 앞으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최근 화웨이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은 점점 악화하는 양상이다. 앞서 ZTE(中興)를 제재로 존폐위기로 몰고 갔던 미국이 화웨이를 향한 칼을 꺼낼 준비를 하고 있고 미국을 시작으로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의 5G 등 통신기기 사용을 '거부'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5G 설비 사용을 금지한 후 호주, 뉴질랜드는 물론 일본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화웨이에 등을 돌렸다. 최근 체코도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화웨이가 이미 글로벌 영향력이 상당한 기업으로 성장했고 14억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두고 있어 미국 주도의 압력행사가 화웨이를 뒤흔들 수 없고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8%의 1위 업체다. 170개 국가 및 지역의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500대 기업이 화웨이의 설비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5G 기술 선점에도 총력을 다해 이미 막강한 시장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 기술력은 오히려 글로벌 경쟁사들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당국의 지시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기존 4G 설비 중 화웨이 제품을 노키와와 소니 에릭슨으로 대체하고 5G 통신망 조성과 관련해 화웨이를 배제할 뜻을 밝혔지만 이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통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기지국과 관련 설비 중 40%가 화웨이 제품으로 이를 모두 교체하려먼 위안화 기준 12억 위안이 필요하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이 화웨이의 주요 부품공급업체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와 보이콧이 오히려 미국 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기준 부품 거래 규모가 100억 달러에 이르며 5G 분야 협력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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