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의 월간 전세 동향을 살펴보면 11월 전셋값은 0.09% 하락해 전월(-0.05%)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작년 12월부터 12개월 연속 하락세로, 1986년 2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물론 전셋값 장기 하락은 외환위기였던 1997년 5월부터 1998년 11월과 2000년대 초(2002년 10월~2005년 1월)에도 나타났다. 그러나 12개월 연속 하락은 올해가 처음이다. 수도권(-1.30%)은 물론 5대 광역시(-1.49%)와 지방(-2.29%)이 동반 하락하며 전국 평균을 끌어내렸다. 시·도별로는 울산(-8.27%), 경남(-4.50%), 경기(-2.72%), 경북(-2.71%) 등의 하락폭이 컸다.
지방은 미분양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도권은 아파트 입주물량의 확대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도권의 경우 입주물량 증가가 일시적이 아닌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임대차 시장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실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2만7000가구 정도인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 5만2000가구, 2020년에는 4만1000가구로 급증한다.
특히 매매값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전세가격이 주춤하면 급매물이 증가하고 매매가격 하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한때 70%를 웃돌았지만 11월말 기준 59.6%로 5년 만에 60%대가 무너졌다.
사실 역전세난이나 전세가율 하락은 서민 주거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전세값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갭투자자 뿐만 아니라 1∼2년전 전세를 내준 집주인들이 대거 봉변에 처하게 된다. 주택경기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전환할 때마다 같은 일이 반복돼선 안된다. 정부는 역전세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임대차시장 변동완화 정책 등을 통해 시장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