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주둔하는 미군을 완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트위터에 “IS에 대한 역사적 승리다. 이제는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국으로 데리고올 때다!”라며 시리아 철군을 공식 선언했다.
CNN 등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터키 국경 근처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던 약 2000명의 미군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철수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IS 격퇴 임무가 완료됐으며 시리아에서 철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철군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완료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미군의 해외 주둔에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결정은 상당히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BBC에 따르면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브렛 맥걸크 IS 격퇴담당 대통령 특사는 “IS 전투원들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우리는 계속 주둔하면서 이 지역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주일만에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뒤집힌 셈이다. 국무부는 19일로 예정됐던 정례 브리핑을 갑자기 취소했다고 BBC는 전했다.
시리아 철군은 IS 완전 격퇴, 이란 억제, 시리아 내 러시아 영향력 제한을 목표로 전개하던 미국의 중동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시리아 철군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IS, 시리아 바사드 알아사드 정권, 이란, 러시아에 새해 선물을 안긴 격"이라고 비판했다. WP는 그러면서 2011년 오바마 대통령의 이라크 철군이라는 실수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결정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지하드 저항 세력이 성장하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도 섣부른 철군으로 중동에서 미국이 원치않는 세력의 확대는 가속될 것이고 이는 나중에 더 큰 비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게 WP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역시 이날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한 결정은 중대한 실수”라면서 “철군 결정은 IS의 재건 욕구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시리아와 이라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IS는 연합군의 계속된 공격에 대부분의 영토를 잃었으나 여전히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 근처에서 여러 마을을 점령한 상태다. 미국 국방부는 6개월 전 여전히 IS 전투원이 2~3만 명 가량 활동 중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WP는 미국의 철수 후 IS는 사실상 승리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전투원 모집에 열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IS 격퇴를 위해 미군과 연합했던 쿠르드족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미군은 IS 퇴치를 위해 쿠르드족과 대규모 군사 작전을 전개하면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지만 터키는 쿠르드 무장 조작을 테러 단체로 규정해왔다. 미군이 철수하면서 터키의 쿠르드족 탄압은 더 심화될 수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쿠르드 무장단체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이라고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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