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대기실의 흔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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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1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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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쩝쩝이, 들어오실게요~" "콩이, 들어오실게요~" "발발이, 돌돌이. 들어오실게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의 한 24시 동물병원. 동물병원 대기실은 살짝 긴장한 얼굴을 한 보호자들과 시무룩한 강아지들로 붐비고 있었다.

첫째 고양이 키츠의 신경 치료차 주1회 이 곳을 찾고 있는 혜승 씨 앞에 낯익으면서도 여전히 완벽하게 적응은 되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다.

키츠의 상태가 많이 호전돼 동물병원의 풍경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가 생긴 혜승씨.

"쩝쩝이, 들어오실게요~" "콩이, 들어오실게요~" "발발이, 돌돌이. 들어오실게요~"

5분마다 쉴새없이 불리는 아픈 강아지의 이름들. 그리고 이름이 불린 강아지를 안고 들어가는 보호자들. 소아과라면 당연했을 그 상황에 그만 큭하고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딱히 웃을 상황은 아닌데 귓가에 들려오는 이름들은 웃음을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레고, 삼식이 보호자님!" 진찰을 마친 강아지의 보호자를 부르는 수의테크니션의 말에 또 한 번 웃음이 나왔다. '누구누구 어머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데 다행인건가.

그러고보니 한편에서는 사람 병원과는 또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예방접종을 맞추러 온듯한 보호자들. 서로 옆 강아지가 예쁘다면서 칭찬하기 바빴다.

사람들이 봤다면 '뭐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게할 질문과 답변도 날아 다녔다.

"너 몇 살이니?" "세 살이예요."

"어디가 아파서 왔니?" "어제 밥먹고 토했어요."

성인들이 각자의 강아지들로 빙의(?)해서 주고받는 말들이었다.

혜승 씨는 "아픈 생명들이 모이는건 병원이나 동물병원이나 다를 바 없죠. 그런데 5분 간격으로 환자들 이름 호출하면 갑분! 쩝쩝! 발발! 돌돌! ㅋㅋ"라고 웃음을 지었다.

분명 이름을 지을 땐 나름 고심해서 지었을 이름들. 하지만 웃음이 나오는 건 참기 힘든 동물병원의 흔한 풍경이다.

동물병원을 찾아온 강아지, 고양이들 부디 빨리 낫길! 주사 맞을 땐 구석에 숨지 말고 좀 얌전하게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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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기자 eurio@inb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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