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가 차량 화재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도 이를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을 실시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에 정부는 24일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BMW 화재사고 관련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BMW 화재사고 원인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BMW 차량 화재 원인이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균열로 인한 냉각수 누수라고 밝혔다. EGR이란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배기가스 일부를 흡기다기관으로 재순환시키는 장치를 뜻한다.
EGR 쿨러에 균열이 발생해 냉각수가 누수되고, 누수된 냉각수가 엔진오일 등과 섞여 EGR 쿨러·흡기다기관에 점착해 있다가, 섭씨 500℃ 이상 고온의 배기가스가 유입되면서 과열·발화돼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단은 파악했다.
또 조사단은 차량 시험 과정에서 EGR 쿨러 내 냉각수가 끓는 현상(보일링)을 처음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보일링 현상이 지속될 경우 EGR 쿨러에 반복적으로 열충격이 가해져 EGR 균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해 BMW의 소명과 추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단은 냉각수 보일링이 EGR 설계결함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EGR 설계 당시부터 열용량이 부족하게 설정됐거나, EGR이 과다사용 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사단은 EGR 밸브 반응속도가 느리거나 완전히 닫히지 않는 현상과 이에 대한 경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다.
한편 민관합동조사단은 BMW가 차량결함을 은폐·축소하고 늑장 리콜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BMW는 올해 7월에야 EGR 결함과 화재 간 상관관계를 인지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BMW는 이미 지난 2015년 10월 독일 본사에 EGR 쿨러 균열 문제 해결을 위한 TF를 구성해 설계변경 등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착수한 정황이 포착됐다.
조사단은 이미 작년 7월부터 BMW 내부의 기술분석자료나 정비이력 등 보고서에 'EGR 쿨러 균열', '흡기다기관 천공'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BMW는 동일엔진 및 동일 EGR을 사용한 일부 차량에 대해 리콜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가, 조사단의 해명 요구 후에야 뒤늦게 추가 리콜을 하기도 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지난 4월 BMW가 실시한 환경부 리콜을 현재 진행 중인 국토부 리콜과 원인 및 방법이 완전히 동일하다"며 "적어도 그 시점에는 국토부 리콜이 필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조사단은 BMW가 올해 상반기에 제출 의무가 있던 EGR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자료를 153일 늦은 올해 9월에야 정부에 제출하는 등 결함 은폐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미 EGR 리콜이 이뤄진 65개 차종 17만2080대에 대해 '흡기다기관 리콜'을 즉시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조사단이 처음 확인한 EGR 보일링 현상과 EGR 밸브 경고시스템 문제는 BMW에 즉시 소명을 요구하는 한편, 자동차안전연구원 조사를 통해 추가리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BMW의 결함 은폐·축소, 늑장리콜에 대해서는 BMW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
특히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BMW에 대상차량 총 39개 차종, 2만2670대에 해당하는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근거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BMW에 추가리콜 요구, 검찰 고발 및 과징금 부과 등을 신속히 이행하겠다"며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리콜제도 혁신방안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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