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과 자바 섬 사이 순다 해협을 덮친 쓰나미로 인한 사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지 재난당국에 따르면 피해 상황이 속속 집계되면서 쓰나미로 인한 사망자는 280명을 넘었다. 부상자도 1000명을 훌쩍 넘었고 실종자도 여전히 수십 명에 이른다. 이재민도 수천 명에 달했다.
◆ 예고·경보 없는 쓰나미로 피해 커져
쓰나미로 인한 인명 피해가 특히 컸던 이유는 아무도 쓰나미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BBC 등 주요 외신은 풀이했다.
일반적으로 쓰나미에 선행하는 지진도 없었다. 쓰나미 조기 경보 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생존자와 목격자들은 아무런 전조 현상 없이 갑자기 파도가 들이닥처 혼란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차로 약 3시간 걸리는 자바 해변에는 크리스마스 직전 휴일을 맞아 관광객들이 평소보다 더 많았다. 주민들은 일상처럼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난데없이 최고 높이 3m의 해일이 해안 마을을 덮쳤다. 미처 대피할 시간도 없이 사람들은 속수무책 파도에 휩쓸렸다. 무너진 건물 잔해와 자동차와 뿌리채 뽑인 나무들도 뒤섞였다.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해수면이 높아지는 대조기와 맞물려서 쓰나미 규모 대비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가 지진과 화산 활동이 잦은 이른바 ‘불의 고리’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 관련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해상에 있던 쓰나미 감지용 부표도 수년 전 도난당한 뒤 복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토포 푸르워 누그로호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 대변인은 인도네시아가 현재 갖추고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은 지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화산 중 13%가 인도네시아에 있다면서 해저 산사태나 화산 활동에 대한 경보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쓰나미 다시 올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쓰나미가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의 분화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화산 분화로 인해 수백 만 톤의 암석 파편이 바다로 흘러내리는 해저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반대 방향으로 파도를 밀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분석했다.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은 1927년 생긴 신생 화산이다. 크라카타우의 자식이라는 의미다. 모화산인 크라카타우는 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1883년 대폭발로 악명이 높다. 당시 대폭발로 인해 40m가 넘는 쓰나미가 발생해 자바섬 165개 마을이 폐허로 변하고 화산재가 퍼지면서 전 세계 기온이 1도 떨어졌다는 기록도 있다. 대폭발 후 크라타토아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평온한 시기가 이어졌으나 1927년 그 자리에서 아낙 크라카타우가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 카스바니 소장은 1883년과 같은 규모는 아니더라도 아낙 크라카타우 역시 대규모 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3일에도 아낙 크라타카우 화산 분화는 계속 이어졌다. 외신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화산에서 끊임없이 연기와 재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화산 분화가 계속되는 만큼 쓰나미가 새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이런 상황을 염려해 주민들에게 당분간 해안에서 떨어져 있을 것을 권고했다. 누그로호 대변인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은 해변에서의 활동을 삼가고 당분간 해안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파도가 다 삼켰다"
현지 파트라 컴포트 호텔에 머물던 16살의 아즈키 쿠르니아완은 블룸버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무서웠다”며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말했다. 그는 “파도가 온다는소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치려고 주차장으로 나갔지만 이미 몸은 물에 잠겨 있었다. 주변에서 제일 튼튼한 펜스를 붙잡고 있는 힘껏 버텼다. 아니면 바다로 쓸려갈 것 같았다"며 쓰나미 공포를 상기했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도 공개됐다. 22일 밤 쓰나미가 닥친 해변에서 공연하던 현지 록밴드 ‘세븐틴’의 공연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밴드 멤버들은 신나게 곡을 연주했고 관객들도 손뼉을 치고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하지만 곧이어 시커먼 파도가 무대 뒤편을 그대로 덮쳤다. 무대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휩쓸리면서 공연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잇따른 대형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보았다. 8월에는 롬복 섬을 강타한 규모 7.0 강진과 여진으로 500여 명이 사망했다. 9월에도 규모 7.5 강진과 쓰나미로 술라웨시 섬에서 2000명 이상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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