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상업 포경(판매용 고래잡이)을 재개하기 위해 국제포경위원회(IWC)를 탈퇴한다는 입장을 확정 발표했다. 멸종 위기에 빠져 있는 고래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주변국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년 7월부터 상업 포경을 재개하기 위해 IWC에서 탈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밝혔다. 탈퇴안은 전날인 25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장관은 "지난 9월 IWC 총회에서 고래 보호와 자원으로서의 지속적인 이용 사이의 입장이 공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함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도의 국제 기구를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년 고래의 지속적인 이용에 대한 입장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적 논의의 틀 마련과 관계 강화를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IWC의 규정에 따라 일본 정부는 1월 1일까지 탈퇴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탈퇴는 내년 6월 30일 발효된다. 이후 일본 근해나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고래잡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포경을 재개하는 것은 30여년 만이다. IWC 탈퇴가 확정되면 상업 포경은 가능해지지만, 연구 조사를 위한 남극해에서의 포경은 금지된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1960년대 기준 일본 국민의 고래 소비량은 연간 20만톤을 넘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이후 멸종 위기에 빠진 고래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래잡이의 잔혹성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이 높아지자 소비가 줄었다. 최근 연간 고래 소비량은 5000톤 가량이라고 NHK은 전했다.
상업 포경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나오자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도 일제히 속보로 타전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를 탈퇴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식용 고래를 포획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피스 재팬의 사무총장인 샘 앤슬리는 "일본 정부가 연말에 몰래 이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은 외신의 주목을 피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입장에서 벗어난 것으로, 일본 정부는 상업 포경을 재개하기보다 해양 생태계 보전에 긴급히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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