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26일(현지시간) 폭등했다. 상승폭이 5% 안팎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진 강세장 가운데 가장 컸다. 일부 지수가 최근 약세장으로 돌아선 가운데 이룬 대반전이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86.25포인트(4.98%) 오른 2만2878.45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2467.70으로 116.60포인트(4.96%) 뛰었고, 나스닥지수는 361.44포인트(5.84%) 상승한 6554.35를 나타냈다.
일련의 상승세는 뉴욕증시가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반등하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강력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말 쇼핑시즌과 맞물린 소매판매 호전으로 관련주의 상승세가 돋보였다. 한동안 랠리를 주도하다 최근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앞장섰던 기술주의 반전도 두드러졌다. 대표 종목인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이 각각 6% 넘게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시장 발언이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는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미국 증시가 하락한 건 투자자들에게 절호의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들이 있는데, 다들 잘하고 있다"며 "지금이 주식을 살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 발언이 증시를 부양하는 '트럼프 풋(Trump put)'이 된 셈이다. '풋'은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파생상품인 '풋옵션'에서 따온 말이다.
케빈 하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이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파월의 직무는 100% 안전하다"고 발언한 것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한몫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잇따라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판하면서 파월 의장 해임설이 돌았고, 이는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날 반등이 그동안의 급격한 하락에 따른 반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이달 들어 각각 15%가량 추락했다. 이는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1년 12월의 하락폭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 24일에는 S&P500지수가 2.7% 떨어졌다. 지수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1% 넘게 하락한 건 유례없는 일이다.
'트럼프 풋'의 지속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비용이 마련되지 않으면 셧다운(연방정부 일부 폐쇄)을 끝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불평도 이어졌다. 내년 3월 1일이 시한인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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