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마비 사태를 일으킨 KT아현지사 화재를 계기로 통신재난에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에 나선다. 통신사는 정부의 개선안에 따라 소방설비 설치를 의무화하고, 통신망 우회로를 마련하는 등 안전망 구축에 돌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제 6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과기부는 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500미터 미만 통신구도 소방설비 설치 완료 △D급 통신시설 2년마다 정부가 직접 점검 △D급 통신국사까지 우회경로 확보 의무화 추진△ 통신재난 시 통신사 간 무선통신망 공동이용, 와이파이 개방 등 4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우선 법령 개정을 통해 500m미만 통신구도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통신사는 법령 개정 전이라도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 법령에 따른 자동화재탐지설비, 연소방지설비 등을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해야 한다.
통신시설 관리감독도 강화한다. 정부는 점검대상을 D급까지 확대하고, 점검 주기를 A~C급은 2년→1년으로 줄이고, D급은 2년 주기 점검안을 신설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통신사 자체 등급지정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통신·재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가칭)'를 설립, 등급지정 기준 및 통신사의 재난계획의 수립지침 등을 심의,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의 피해가 컸던 이유는 통신국사의 통신망 우회로가 확보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신재난 발생 시에도 통신망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D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확보를 추진한다.
통신망 우회로가 확보될 경우 통신재난 상황이 오더라도 통신 장애 없이 즉시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법적인 의무가 있는 중요 사업자가 13곳이다. 재난관리심의위원회가 구성되면 사업자별 상황이나 기술방식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산정할 것”이라며 “3년이나 5년으로 정도 생각하고 있다. 아직 기간 산정에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재난 시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된다. 통신사는 통신재난 시 이용자가 기존 단말을 통해 타 이통사의 무선 통신망을 이용(음성·문자)할 수 있도록 로밍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난 지역에 각 통신사가 보유한 Wi-Fi망을 개방해 인터넷, 모바일 앱전화(mVoIP)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화재 이외의 재난 상황에 대비한 통신안전 대책 마련도 검토되고 있다. 과기부는 최근 잦아지고 있는 지진과 관련해 통신시설 안전설비가 제대로 정비돼 있는지 확인하고, 내년부터 현장 점검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손해배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KT아현지사 화재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법적 의무화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약관을 넘어서는 특수한 손해배상의 경우 법적 요건이나 범위에 있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과기부는 통신4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네트워크 담당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통신재난 극복을 위한 통신사 간 협력체계 구축 간담회를 열어 통신사의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소방설비 설치와 통신망 우회로 확보 등 의무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정부와 통신사 모두 안전망 구축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개선안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법이나 제도적으로 미비하다고 느낀 부분이 많았다. (통신재난)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정부도 적절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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