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27일(현지시간) 안보·외교 장관급 인사 개편에 나섰다. 왕위 승계 1순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궁지에 몰리자 왕세자의 측근을 중용하고 베테랑급 전문가를 주변에 심어주면서 왕세자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27일 살만 왕은 칙령을 통해 왕세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압둘라 빈반다르 왕자를 사우디 방위군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동시에 카슈끄지 사태 직후부터 사우디의 대변인으로 활동한 아델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을 외교 담당 국무부장으로 전보하고 이브라힘 알아사프 전 재무장관을 신임 외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알아사프 장관은 국제적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 사우디 대표단을 이끌고 어려 차례 참가해 국제 투자업계에서 유명한 경제·재무 전문가로 통한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와 사우디 국부펀드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밖에도 살만 왕은 오랫동안 사우디의 외교·안보 정책에 몸담았던 기술관료 무사드 알아이반을 신임 국가안보 고문으로 임명했다. 알아이반 고문은 전임자에 비해 안보 문제에서 권한이 대폭 확대되면서 예맨 전쟁과 관련해서도 국방장관을 겸임하는 왕세자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WSJ은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 속에서도 빈살만 왕세자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랜드연구소의 베카 와세르 애널리스트는 “사우디 살만 왕은 주변에 베테랑 고문들을 기용하면서 왕세자를 지원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살해됐다. 터키 수사 당국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카슈끄지 살해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지었지만 사우디 왕실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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