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전자와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우, 대기업과 전속거래를 하는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비전속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전속거래에서 벗어나 수평적 협업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혁신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주력산업 협력업체 경쟁력 저하의 원인과 시사점: 전자와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에서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수직적 종속관계가 과거 효율적인 공급망과 안정적 판매처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개방형 혁신 등 패러다임 변화에서 한계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산업은 대기업의 수익성은 높고 협력업체의 수익률이 낮으며, 전속 중소협력업체보다 비전속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자동차 산업 역시 대기업과 협력업체 모두 최근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전속 중소협력업체보다 비전속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더 높았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사업을 위탁하는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에 원가계산서, 여타 거래처 정보 등 기업경영정보를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등 경영 간섭을 경쟁력 저하의 원인으로 들었다.
대기업은 협력업체가 국내외 다른 업체와 거래할 경우, 기술유출을 빌미 삼아 직·간접으로 통제함으로써 협력업체의 납품선 다변화를 통한 대형화와 국제화를 제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협력업체들이 조립 역량은 우수하나 패러다임과 구조변화에 따른 대응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우리나라 전자·자동차산업 연구개발 투자는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도하고, 자동차부품 수출의 70% 이상이 해외 진출 국내기업 현지 공장 조립용이라는 점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력업체의 대형화도 대기업에 대한 납품에 의존, 인수·합병(M&A)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성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업체들이 대기업의 설계도에 근거한 단순 조립활동에 매몰돼 원가절감을 위한 공정혁신 외에는 이렇다 할 혁신역량이 부족하고, 부품 고부가가치화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실제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업체와 거래하는 협력업체의 매출의존도를 살펴보면 851개 1차 협력업체의 총 매출에서 현대기아자동차 납품 비중은 80.5%에 달한다. 부품업체들의 현대기아자동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분야의 대표 대기업과 전속협력업체 경영성과를 보면, 대기업과 전속협력업체 모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특히 전속협력업체의 수익률은 2%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전속 중소협력업체와 비전속 중소기업을 보면, 전속 중소협력업체보다 비전속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높게 나타나고, 부채비율은 대기업 협력업체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은 원가상승과 경쟁 심화로 인한 가격하락분을 정책단가 인하를 통해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협력업체는 만성적인 저임금 구조에 시달리고, 이는 다시 우수인력 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보고서는 "선진국 기업들도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초기비용보다 감소한 원가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납품 대금과 관련한 중소협력업체의 자금난 문제도 경쟁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기업은 1차 협력업체에 현금 지급이나 상생결제시스템을 통해 납품 대금을 1주일 이내에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1차에서 2, 3차로 이어지지 않아 중소협력업체들은 고질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어음을 발행해 2차 협력사는 어음 만기까지 높은 할인 수수료와 부도 위험을 안게 되고, 3차 협력사로의 대금 지급이 늦어질 수밖에 없게 되면서 아래로부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맹지은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전자산업에서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의 경쟁우위가 강화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에서는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창업 중소협력업체의 역할이 커져 수·위탁 기업 간 수평적 협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강화해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위탁기업은 협력업체와의 관계를 종속적 거래관계가 아닌 파트너십 관계로 인식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를 개선하고, 수평적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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