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葛藤을 넘어 相生으로'를 쓴, 지월당(止越堂) 박황재형(1962- ) : 최근 그는 고양이와 개, 닭, 돼지, 까마귀, 부엉이 등 일상에서 친근한 동물을 자주 그린다. 두툼하거나 야윈 붓끝이 지나가면서 우연히 생긴 것 같은 동물들은, 그러나 사람처럼 저마다 표정과 마음과 눈빛과 동작을 지닌다. 찰나의 그 미묘한 욕망과 갈증과 호기심과 공격성까지 여지없이 드러난다. 청나라 초기, 망한 왕조인 명나라 사람임을 자부하던 기인(奇人)화가 팔대산인의 천재끼를 느끼는 건 표현의 교묘함 뿐만이 아니라 여백과 먹(墨)이 드러낸 동물들의 다채로은 내면(內面)이 사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들은, 고독한 훈련과 꾹꾹 눌려 쌓인 내공 속에서 드러내는 자아의 대리물일지 모른다.
[서예가 박황재형]
그는 강원도 깊은 산속 구룡령계곡에 십여년 은거하며 빼어난 작품을 내놓고 있다. 그의 오브제는 종이 뿐 아니라, 돌을 갈고 깎는 석재나 목각을 넘나들며, 그가 표현하는 것들은 눈앞에 펼쳐진 이 나라의 진경산수를 개성적으로 재구성한다. 깊이 스토리를 감추는 산수화도 인상적이지만, 여운이 있는 화조도도 눈을 잡는다. 서화동원(書畵同源)의 신념에서 뿜어내는, 그림같은 글씨(예서와 전서, 그 이전의 고서(古書)까지 어깨에 익힌 서예) 또한 독특한 경지를 창출해내고 있다. 2018년 '돈오돈오'라는 평론집을 냈다.
이상국 논설실장
[박황재형 화백이 신년기념으로 '황금돼지'를 그려 보냈다.]
[박황재형 '부엉이 시리즈']
[박황재형 '고양이 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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