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문학] 가치투자자가 본 새해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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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 기자
입력 2019-01-0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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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

"미네르바 때문에 두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야 합니다. 두렵지만 가치투자 원칙이 그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2008년 가을, 필자는 '워런 버핏 투자교실'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코스피가 미네르바라는 유명 온라인 논객 때문에 휘청거렸고, 결국 1000포인트 아래로 추락했다.

혼란은 길지 않았다. 주가는 단숨에 2200포인트까지 되올랐다. "그리스나 이탈리아가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옥수수 농장을 팔 이유는 없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이 수년 전 유로존 재정위기 무렵 했던 말이다. 즉, 세계 경제와 주식가치는 별개라는 거다. 실제로 미국 주가는 유로존 위기와 상관없이 꾸준히 올랐다.

"김정일이 죽었다고 주가가 왜 빠져. 남은 돈으로 모두 주식을 사세요." 2011년 11월 어느 날이었다. 친구와 점심을 먹던 필자는 옆자리 전화통화를 통해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가는 그때에도 일시적으로 빠졌을 뿐 이내 반등했다.

개인적으로 2018년에는 변화가 컸다. 이른바 잘나가는 채권운용본부 리더로 큰 걱정 없이 지내다가 봄부터 국내 주식형 펀드까지 총괄하는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게 되었다. 주식투자가 낯설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채권형 주식 투자법'이라는 가치투자 개념을 책이나 강연을 통해 소개해왔다.

그렇더라도 주식형 펀드 운용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총괄 CIO가 되자마자 가장 급했던 의사결정은 '코스닥 벤처펀드'였다. 큰 관심을 모았던 이 펀드를 우리도 내놓을지 정해야 했다. 시장에서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치투자자로서 따질 게 있었다. 펀드에 담길 종목 가격이 가치에 비해 적정한지 파악해야 했다. 결론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고,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펀드 출시를 포기했다. 주가는 이후 곤두박질쳐 7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이제 낙관론이 사라지고 비관론과 공포심이 가득하다. 앞으로 수년 동안 주식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사람도 늘기 시작했다. 다시 필자는 주식가치 대비 가격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1년 전과 달리 펀드에 담을 만한 저평가 종목이 많아졌다. 마음은 아직 불안하지만 가치투자 원칙은 다시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새 펀드를 다시 만들기로 한 이유다. 필자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채권형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혼합형 펀드를 내놓을 것이다. 혼합형 펀드라 주야장천 주식만 편입하지 않아도 된다. 주식이 쌀 때는 많이 샀다가 비싸지면 채권으로 갈아탈 수 있다. 스스로 주식과 채권 비중을 정하기 어려운 개인투자자에게 이런 펀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치투자자는 단기에 주가나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전망하지 않는다. 투자할 자산 가격이 비싼지, 싼지, 알맞은지를 정해진 가치측정 방법에 따라 판단할 뿐이다. 이런 종목을 담을 수 있는 펀드를 제때 내놓아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싸면 삼키고 비싸면 뱉는다.' 이 구호가 이번에도 통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019년 주식시장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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