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 ⑦ 미국과 중국, 한반도 어떻게 관리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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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입력 2019-01-0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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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통일 비용 막대, 미·중 '분단 속 안정' 유지하고 싶어해

  • 한반도 통일, 동아시아 전체에 큰 영향, 스스로 대비책 마련해야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속셈은 무엇일까. 이들이 정말 북한의 비핵화를 원하나. 한반도의 통일을 정말로 반대하는 걸까. 이들의 한반도 정책기조가 계속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저의는 무엇이고 뭘 의미하나. 분단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된다면 이들은 한반도의 영구적인 분단을 선호하는 것일까? 이는 한반도에 사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본 질문들이다.

최근에는 ‘한반도의 봄’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것을 우려한 책임 공방이 과열되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지는 양상이다. 미국의 성의 부족 탓인가. 아니면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인가. 북한이 통 큰 결정을 내리지 못한 탓인가. 아니면 우리가 잘못된 정세 판단으로 행여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지는 않은가?

미국과 중국의 입장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분단의 현상 유지가 가장 유리한 선택이다. 양국이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저의를 감추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미·중 양국에 한반도의 현상유지가 최선의 선택인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한반도를 가장 경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국 모두 한반도 분단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국가들이기에 한반도의 통일을 원한다. 하루 빨리 역사적인 책임을 면하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통일을 원할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이들 주변국에게 한반도의 통일 비용은 단순히 경제적인 비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담을 준다. 북한의 비핵화 대가도 이런 맥락에서 만만치 않다. 2008년 6자회담의 종결이 정황적인 증거다.

지난 2007년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보상방안 마련을 위한 5개의 실무회의 그룹이 조성됐다. 경제·에너지 지원, 동북아 평화 안보 체제와 한반도 비핵화, 그리고 북·미와 북·일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는 실무회의 그룹 등이다.

이 중 경제·에너지 실무회의 그룹만 세 차례 회의를 열었고 이후 6자회담은 중단됐다. 정황적인 관점에서 관련국들이 실무회의 의제를 논의할 준비가 안 된 것으로 판단된다. 뚜껑을 열어 보니 북한 비핵화를 위해 군사·외교·안보적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경제적 비용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판명된 것이다.

동북아 평화 안보체제 구축은 평화협정과 평화체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의 존폐와 직결된 사안이다. 북·미와 북·일 관계 정상화 역시 역내 국제질서의 변질을 의미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협상이 불가능하다.

통일의 관점에서 봐도 주변국의 가장 큰 우려는 단순히 북한 재건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에게 한반도 통일 비용은 정량적으로 추산이 불가능하다. 통일 이후 한반도 국가의 최종 형상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 통일비용은 한반도가 역내 정치·외교·안보·군사 등 영역의 국제관계 및 질서에 가져다 줄 변화와 관련해 주변국이 지불해야 할 대가를 의미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주변지역 질서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단순히 주한미군이 중국 국경지대에 인접한 압록강 지역으로 이전해 발생하는 안보질서의 변화가 아니다. 통일 후 한·미 동맹의 청산이나 주한미군의 철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경우의 수가 역내 권력 구조의 개편을 필연적으로 유발할 것이다. 이 여파로 미·일 동맹의 성격이 변화할 것도 자명하다. 그러면서 미·중 관계 본질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이다. 이 모든 변화로 역내 국가 간 정치·외교 관계의 재설정과 안보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역내 군사체계도 기존의 동맹체제에서 다자협력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관건은 미·중 양국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느냐다. 기존의 학설에 따르면 이러한 다자협력체제는 통일 한반도의 안전보장을 위해 주변강국의 군비감축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 전제의 충족 여부는 미·중 양국 간의 상호신뢰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왜냐하면 군사·안보 분야에서 미·중 양국의 절대적인 협력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상기한 다자안보협력체제에 러시아와 일본이 참여할 경우 역내 국제질서와 국제관계에 주는 함의도 주목해야 한다. 군축의 전제조건을 수용한 러시아의 참여가 대일관계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러시아의 극동지역 군축 결정은 특히 일본과 분쟁 중인 북방 4개 열도 군사기지의 철수와 군축을 의미한다. 이 경우 일본의 북방열도 주권 환수 요구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반면 러시아는 군사·전략적 가치를 내세우며 지금까지 일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었던 명분을 상실할 것이다.

냉철하게 말해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준비가 아직 부족한 상태다. 북한 비핵화에서부터 통일까지 한반도의 변화는 이들 강대국의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이익에 본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새로운 대비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중국은 이러한 문제를 심도있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적이 없었다. 90년대부터 ‘북한 붕괴설’이 회자됐지만 중국은 가상적인 의미로도 이를 논의하길 거부했다. 2008년까지도 이 문제를 가설로 취급하고 가설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근거가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미·중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응 방법을 마지막으로 심각하게 논의한 것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한반도 분단을 동맹관계를 통해 관리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중국은 대북 통제력에 자신이 있었다. 80년대 초 중국은 미국에게 북한이 한국을 침략해도 이길 승산이 없고 이 경우 대북지원 의사도 없다고 직접 밝혔다. 이때까지 두 나라는 동맹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관리하는 방식이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현실이 그러했다.

그러나 북핵 개발의 ‘성공’으로 판세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상실했고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이 뒤집은 판세를 다시 뒤집으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전술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에 지금은 예의주시하며 경거망동을 피해야 할 때다. 아직 유관국 모두가 딜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딜을 성사시키려면 목적과 원칙, 그리고 전략 구상과 비전을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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