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기업 부채 증가세를 막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에 맞서 단기 성장을 촉진하느라 부채축소(디레버리징) 정책이 뒤로 밀렸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그동안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 가운데 하나로 디레버리징을 꼽았다. 특히 국유기업들이 눈덩이처럼 쌓아 올린 부채를 해소하는 데 역점을 뒀다. 초고속 성장기에 정부의 지원으로 몸집을 불린 상당수 국유기업이 현재는 막대한 부채를 쌓아둔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전락해 경제의 뇌관이 됐다는 판단에서다.
WSJ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고 꼬집었다. 연간 성장률 목표에 대한 부담과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수출 부진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의 내수부양 압력 등이 디레버리징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디레버리징에 궁극적으로 성공하려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보지만, 인민은행은 지난해 네 차례나 지급준비율을 낮췄다. 시중 은행들을 통해 사실상 수천억 달러를 푼 셈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유럽 최대 중국 연구소인 독일 메릭스(MERICS)의 맥시밀리언 카른펠트 경제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디레버리징에 대해 정말 심각하다면, 통화정책을 죄야 하는데 정말 그러려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건 경기하방 주기에서 경제 안정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 비금융기업의 부채는 2008년 국내총생산(GDP)의 95%에서 2016년 150%를 넘어섰다. 중국 당국이 위험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2017년 말에는 부채 비율이 147%로 낮아졌지만, 2018년 상반기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7년 말 주요 20개국(G20)의 부채 비율이 평균 94%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비금융 기업 부채를 포함한 중국 총사회융자는 속도만 더뎌졌을 뿐 지난해 내내 늘었다고 WSJ는 지적했다.
도미닉 페스첼 아시아개발은행 베이징 주재 이코노미스트는 "금융리스크를 통제하고 차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약속은 여전히 거기까지"라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디레버리징을 단기적으로 미룰 수 있지만, 결국은 채무 증가세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신 보고서에서 디레버리징이 중국의 성장률을 1%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대중 교역비중이 큰 신흥국들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중국이 부채 축소에 나서면 2022년까지 이들 국가의 성장률도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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