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필상 박사는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26세였던 지난 1973년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프랑스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1991년 한국과학기술원(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지냈다.
1991년 생활정보신문 수원교차로를 창업했다. 수원교차로는 140명의 직원이 매일 220면을 발행할 정도로 대성공했다.
황 박사는 2002년 아내와 두 딸을 설득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90%(10만8000주)를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증했다. 시가는 177억원이 넘었다.
세무당국은 2008년 황 박사의 기부를 이유로 구원장학재단에 140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부과했다. 황 박사는 연대납세자로 지정돼 약 20억원의 개인재산을 강제집행 당했다.
재단 측은 2009년 “명백한 장학지원 활동과 투명한 운영이 드러나 있는데도 거액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황 박사의 기부 의도는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황 박사의 경제력 승계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경제력 세습과 무관하게 기부를 목적으로 한 주식 증여에까지 거액의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황 박사는 ‘아주대에 주식을 내어주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기부를 하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우리 장학재단은 동량지재(棟梁之材, 기둥이 되는 재목)를 키우는 게 목표다”라며 “나 같은 사람 수십 명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길을 막아서면 되겠냐?”며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이를 계기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 주식을 기부 받으면 발행주식의 5%(성실공익법인 10%)를 초과할 경우 세금을 매긴다. 재벌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비과세 한도는 1991년에는 20%였고 변칙증여 방지를 위해 1994년에 5%로 한도를 내렸다. 이후 2013년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10%까지 비과세한도를 인정해 왔다.
황 박사의 경우 본인이 보유한 회사(수원교차로) 주식 90%를 아주대에 기부했다가 14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국회는 2017년 1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익법인 등을 통한 자선·장학 및 사회복지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관계에 있지 아니한 자선·장학 또는 사회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성실공익법인 등에 출연하고, 해당 성실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주식이나 출자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비과세 주식 보유한도를 10%에서 20%로 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정된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해도 황 박사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황필상 박사는 본인이 보유한 회사 주식 90%를 기부했기 때문에 개정된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적용한다고 해도 초과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며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은 황필상 박사와 직접 관계는 없다. 황필상 박사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에 해당된다고 법원에서 판단한 것이다. 예외 조항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살아 있는 동안 사회에 280억원 정도를 환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시신도 병원에 기증했다. 황 박사는 1994년 아주대학교의료원에 시신 기증 서약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박사 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