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속으로] 쓰러진 이들에게 건내는 뜨거운 카운트 ‘재생불량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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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1-0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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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사진=아웃스포큰 제공]

권투에는 뉴트럴 코너(neutral corner)가 있다. 상대방을 다운 시키면 심판이 카운트를 하는 동안 뉴트럴 코너(중립 코너)에서 기다린다. “원(one) 투(two) 스리(three)...” 심판의 카운트와 함께 링 위의 치열했던 승부가 잠시 멈춘다. 몸은 고통스럽지만 멈춘 시간이 다운된 선수에게는 기회다. 숨을 고르고 심판이 “텐(ten)”을 외치기 전에 일어서면 된다.

1월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재생불량소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멈춰진 시간을 견뎌내고 이겨내라고 응원한다. 공연 포스터에 있는 ‘재생불량이 재생불가능은 아니야’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작품 내용은 피를 흘리면 안 되는 재생불량성 빈혈이란 희소병에 걸린 반석의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반석은 경기 중 출혈이 있을 수밖에 없는 권투 선수다.

공연제작사 아웃스포큰의 대표인 강승구 프로듀서는 재생불량성 빈혈을 겪었던 경험담을 바탕으로 ‘재생불량소년’을 만들었다. 강 프로듀서는 “춥고 어지러워 검사를 받았는데 재생불량성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알아보니 죽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있어 화장실에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했다.

예상치 못한 순간 병과 사각의 링에서 만난 사람들을 ‘재생불량소년’은 목청껏 응원한다. 허연정 연출은 “무균실은 반석의 뉴트럴 코너다. 처음부터 반석이가 무균실을 나가기까지의 시간은 멈춰진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인생에서 멈춰진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다시 발을 딛고 이겨내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병과 싸우고 있지만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에 초점을 맞췄다“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사진=아웃스포큰 제공]


힘들 때 함께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반석은 백혈병 재발로 무균실에 오랫동안 있던 성균을 만나게 된다. 성균은 특유의 친화력과 긍정으로 반석의 마음을 조금씩 연다. 두 사람은 먹어도 되는 복숭아 통조림을 함께 나누며 힘든 시간을 이겨낸다. ‘버티고 버티고’, 전 배우들이 마지막에 함께 부르는 ‘숨을 쉰다’ 등이 극과 잘 어울린다.

극의 굵직한 메시지와 함께 배우들의 생동감 있는 권투 장면은 보는 관객들에게 힘을 준다. 눈앞에서 실제 권투 경기를 보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실제로 격렬한 권투 장면 때 배우들은 땀에 흠뻑 젖었다.

굵은 땀으로 만든 장면들이다. 반석역을 맡은 구준모는 “연습 2달 전부터 다 같이 체육관을 등록해 기본부터 배웠다.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이국호 무술감독님과 함께 하루에 2시간. 길게는 4시간씩 연습했다. 우리끼리 스파링도 했다“라고 말했다.

[사진=아웃스포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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