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지난해 고공행진하면서 서울 사대문안 ‘내 집 마련’은 꿈만 같은 일이 되고 있다. 기존 아파트는 물론이고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오르며, 10년간 지출 없이 소득을 오롯이 모아도 서울 전용 84㎡ 아파트는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언감생심이다.
4일 부동산114 시세 자료에 따르면 3.3㎡당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1년 새 2180만원에서 2615만원으로 올랐다.
기존 아파트의 시세 상승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도 영향을 주었다. 부동산114 분양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서울 신규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749만원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SK건설이 최근 서울 은평구 수색동에서 분양한 ‘DMC SK뷰’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으로 최소 6억 3800만원에서 최고 7억 2620만원이었다. 11월에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 응암동에서 선보인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분양가도 전용 84㎡기준으로 최소 5억 9030만원에서 최고 7억 1370만원이었다.
아파트값은 치솟았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며, 평범한 직장인에게 서울 아파트 마련은 꿈만 같은 일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2018년 가구특성별 소득원천 가구소득 중앙값(크기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 가운데에 있는 값)의 경상소득(가구원이 근로제공 등의 대가로 받는, 비교적 정기적이고 예측이 가능한, 경상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을 보면, 1인 가구는 1386만원 ▲2인가구 3178만원 ▲3인가구 5555만원 ▲4인가구 7089만원 ▲5인가구 이상 7081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2~3인 가구는 지출 없이 소득만 10년 간 모아도 서울에 위치한 전용 84㎡ 아파트를 구입하기 힘든 것이다. 더군다나 ‘DMC SK 뷰’의 경우 계약금이 분양가의 20%로, 6000만원 이상의 계약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 비용과 유상옵션품목까지 생각한다면 7000~8000만원 가량의 초기 자본이 필요한 셈이다.
대출도 쉽지 않다. 정부의 주택 규제로 서울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역(16개 구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대출과 청약 규제, 전매 등의 조건도 까다로워진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자, 내 집 마련을 위해 서울을 떠나 경기 및 인천 지역으로 둥지를 트는 ‘탈서울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년간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옮긴 사람들이 30%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2018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수도권(경기, 인천)으로 이주한 인구 수(순이동자)는 총 13만 1995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로 12만 3949명, 인천으로 8046명이 각각 이동했다.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주한 인구 수인 10만 1821명(경기 9만 4924명, 인천 6897명)명보다 29.63%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 새 아파트로 서울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말 GS건설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위시티2지구 A2블록(식사2지구 A2블록)에서 분양한 ‘일산자이 3차’의 청약 결과를 살펴보면 고양시(해당지역)에서 들어온 청약 통장 수는 901개, 반면 기타지역에서 들어온 청약 통장 수는 1936개로 고양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서울 집값이 주춤하는 분위기지만, 이미 2~3년 동안 서울 집값은 오를 대로 올랐고, 대출금액 축소 등으로 인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쪽을 선택하다 보니 탈서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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