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고조되면서 현금성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이 몰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진 시장에서 도피를 찾아 MMF로 도망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MMF는 만기가 짧은 국채나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안전하다는 점에서 현금이나 예금과 다를 바 없다. MMF시장은 주로 은행들의 단기자금 조달원 역할을 한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전날까지 1주일간 미국 MMF에 순유입된 자금이 85억달러에 이른다. 순유입이 9주 연속 이어지면서 투자액이 1750억 달러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절정에 달한 2008년 10월 이후 최장기 순유입이다. 최근 시장 분위기가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안 좋다는 의미다. FT는 MM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건 투자자들이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증시에서는 최근 자금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EPFR글로벌에 따르면 미국 주식형펀드에서는 4주째 자금이 빠져나가 지난주에만 65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미국 하이일드본드(투자부적격 등급 채권)와 인수합병(M&A) 자금원인 론펀드에서도 각각 40억 달러, 34억 달러가 순이탈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성장둔화와 미·중 무역전쟁, 금리인상 등을 둘러싼 우려가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말과 같은 시장 불안이 올해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며 투자자들에게 보수적인 전략을 권고했다. 한 예로 골드만삭스는 현금(달러)이 올해 자산시장의 '왕'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MMF에 돈이 몰리는 건 고수익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상하면서 단기금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오른 탓이다.
MMF 정보업체인 크레인데이터의 피터 크레인 사장은 "변동성이 큰 시장과 고수익이 투자자들을 MMF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100대 MMF의 평균 금리는 2017년 말 1.12%에서 최근 2.36%로 2배 넘게 올랐다. 미국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0.06%에 불과하다.
FT는 연준이 자산매입(양적완화)를 중단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단기 국채 공급을 늘린 것도 단기금리 상승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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