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KT 화재, 원인과 대안] ③ 원인 규명도 안됐는데…섣부른 재발방지책 내놓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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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1-0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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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화재 발생 40일도 더 지났는데 합동조사단 원인 발표 없어

  • - 원인 규명, 17만 소상공인 보상과 재발방지책의 근거...면피성 대책만 양산

[사진=아주경제DB]


KT 아현국사 화재가 발생한 지 한달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아직 화재 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원인 규명은 17만명의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 기준이 되고,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근거란 점에서 화재 뒤처리 작업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은 KT의 관련 서류 제출이 늦어서 불가피하게 원인규명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인 규명도 안 된 상태에서 재발방지책이란 것을 서둘러 내놨다. 화재 원인을 모르는데 정교한 재발방지책이 나왔을 리 없다. 불법 등급 관리된 통신국사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소방당국은 소방시설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법 개정에 착수했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 등에 따르면 정부합동조사단의 KT 아현국사 화재 원인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4일 화재가 발생한 후 한달하고도 보름가량이 지난 시점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화재 현장에서 수거한 자료들을 대상으로한 감식을 지난달 12일에 끝내고 경찰로 넘긴 상황이다. 

합동조사단은 현재 KT 아현국사의 케이블 설치 현황이나 신호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KT의 감사를 담당하고 있는 KT 윤리실에 총 4건의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3건의 자료는 수령했으며, 추가 1건의 자료를 기다리고 있다. 한 건당 통상 자료를 받는 데 10일 내외가 걸린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우리도 한 시라도 빨리 원인 결과를 발표하고 싶으나 서류를 받는 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니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원인 규명도 안 됐는데, KT는 물론 정부는 관련 대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우선 KT는 화재 발생 이틀 뒤 자체적인 안전 대책을 통해 전국 네트워크 시설 특별점검 및 상시점검을 강화하고, 비의무지역에도 스프링클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T 측은 “소방법상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길이 500m 미만 통신구에 대해서도 CCTV, 스프링클러 등은 계획 수립 즉시 최단시간 내 설치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국회 과기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번 사고로 정부와 관련기업 모두 준비상태가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기업의 경영에 관여해서는 안 되지만 화재사고 발생 등 안전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심을 갖고 챙겨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27일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길이 500m 미만 통신구도 소방설비 설치 완료 △D급 통신시설 2년마다 정부가 직접 점검 △D급 통신국사까지 우회경로 확보 의무화 추진 △통신재난 시 통신사 간 무선통신망 공동이용, 와이파이 개방 등 4가지 주요 개선안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화재 실태 조사를 끝내고 원인분석을 통해 개선안을 내놨다고 했다. 과기정통부 말대로라면 원인 분석이 끝났는데 합동조사단이 화재 원인 발표를 고의로 누락했거나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화재 원인에 대한 규명이 아직 안 됐다면, 과기정통부는 원인도 모르고 재발 방지책을 세운 셈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2월 3일부터 19일까지 주요통신시설 1300개소에 대한 조사 결과 12개소가 현재 중요통신시설 지정 기준에 따른 등급(A~D급)의 상향 또는 하향 등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별점검 결과 통신국사 중 총 12개 국사가 등급 재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통신구 화재 사태의 원청인 KT는 현재 D급으로 분류된 3곳(아현국사·홍성국사·남천안국사)을 C급으로 상향해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4일 이들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아현국사의 경우 관할범위가 5개구(서대문구·용산구·마포구·종로구·중구)에 걸쳐 있고, 홍성국사는 충남의 6개 지역을 관할하며 대전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관문으로 피해범위가 인접한 여러 지역에 미친다고 판단했다. 남천안국사는 천안 인접지역을 관할하며 대전으로 신호를 전송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등급상향이 조정됐다. 반면 KT 남수원국사는 일부시설 이전으로 시설이 축소돼 수원·화성 지역만 커버하므로 D급으로 등급하향이 이뤄지게 됐다.

KT 아현국사 화재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은 KT 조치에 반발하며 집단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노웅래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KT아현지사 화재 관련 중소상인 피해 대책 마련 간담회'에서는 통신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이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영민 장관은 지난 4일 ‘2019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정부가 KT와 화재 피해 소상공인의 대립을 중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은 KT가 열심히 해결하고 있다”고 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신년 인사회 자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방위는 오는 16일에는 전체회의를 열고 KT 아현국사 화재에 대한 현안질의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 황창규 회장에게 출석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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