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과 미국 경제 정책 관계자들이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로 중국을 지목했다. 미국 경제는 아직 탄탄하지만, 세계 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차이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4~5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인내심을 갖고 경제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2016년과 마찬가지로 긴축정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2015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이듬해인 2016년에는 위안화 평가절하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12월에야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는 등 통화긴축 고삐를 느슨하게 풀었다. 연준은 지난해 네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올해는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최근 뉴욕증시의 불안정성과 관련해서도 중국의 일부 경제지표를 거론하면서 "성장률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며 "시장이 성장둔화 상황에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로 하락하는 등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를 자극하는 경제 지표 부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통상 PMI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경기가 위축됐다는 신호다. 중국의 제조업 PMI가 50을 밑돈 건 2년 반 만에 처음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 주도의 경제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헨리 폴슨 전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중국의 성장률이 높더라도 우려는 남아 있다"며 "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국가에도 파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글로벌 경제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과 중국 정부가 무역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양측을 만족시킬 만한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로라 앨파로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과 밀접한 무역 관계를 가지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양일간 진행된 AEA 총회에서는 500개 안팎의 세션이 마련됐다. 이 가운데 중국과 관련해 110건에 달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중 무역 전쟁을 비롯해 △중국 노동시장과 생산성 △관료·정치시스템 △위안화와 부채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다룬 보고서는 중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한편 파월 의장이 이번 학회에서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으로 돌아서 통화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을 자극하면서 지난 4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급등세를 보였다. 다우지수는 전날 대비 3.29% 올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3.43%, 4.26%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금리인상 비판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임을 압박해도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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