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가 주요국들이 조만간 닥칠지 모를 경기침체에 맞서 재정·통화정책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통화스와프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공조 시스템도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시에 협정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식 통화 거래를 말한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립튼 부총재는 지난 4~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 참석 중에 이 신문과 가진 회견에서 경기침체 조짐이 짙어지고 있지만 주요국들은 이를 맞을 준비가 안 됐다고 경고했다.
IMF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낸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해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 낮춰 잡아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IMF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2016년 7월 이후 처음이었다. IMF는 이후에도 세계 경제 흐름이 예상보다 못하다며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IMF의 새 전망치는 이달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립튼 부총재는 IMF가 지난번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무역갈등이 세계 경제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적 결함과 아시아지역, 특히 중국의 성장둔화도 문제삼았다.
그는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뚜렷하다"며 "우리는 중국의 성장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위험한 수준으로 둔화하는 걸 막는 게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둔화는 비단 아시아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과 맞물려 성장둔화 우려가 커지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총회에서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의 경제지표는 새해에도 훌륭한 모멘텀을 유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낙관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경기침체는 가시권에 없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무시해도 좋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번 총회에서 최근 금융시장 분위기가 1929년 대공황 때와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기업 실적 호조 속에 잘 나가는 것 같던 경제가 갑자기 무너졌고, 그 전에 투자심리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연준의 금리인상에 잠잠했던 금융시장이 최근 금리인상 위기가 닥친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심상치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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