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돌연 사임을 결정했다. 김 총재는 아직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있다.
김 총재는 7일(현지시간) “극심한 빈곤을 종식시킨다는 사명에 헌신하는 열정적인 사람들로 가득한 기관의 회장으로 일한 것은 큰 영광이었다”며 사임의사를 담은 성명을 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를 이사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재의 사임 시기는 다음달 1일이다.
김 총재는 이날 트위터에도 “2월 1일 세계은행 총재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위대한 기관의 헌신적인 직원들을 이끌고 빈곤 없는 세상으로 더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특권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사임 이후 김 총재는 민간기업에 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 기업에 합류할 것”이라며 “민간 부문에 참여하는 기회는 예상 못 했던 것이지만, 이것이 기후 변화와 신흥시장의 인프라 부족 같은 주요 글로벌 이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고 결론내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총재가 개도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투자회사에 합류할 것이라고 했다.
김 총재가 사임하면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가 임시로 총재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김 총재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2012년 아시아계 최초로 세계은행 총재가 됐다. 1945년 세계은행이 설립 이후 총재는 모두 미국인이었다. 김 총재는 2016년 9월 연임에 성공했다. 당초 임기는 5년이다.
AP는 “김 총재가 임기가 만료되기 거의 3년 전에 예기치 않게 떠나는 것은 미국이 세계은행에 행사하는 영향력에 대해 불만을 지닌 다른 국가들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치열한 싸움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총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북한의 투자 향방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은행은 개발자금을 지원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정부 기반 공급원이고, 전세계에 걸친 프로젝트와 관련해 저비용 대출을 제공해 준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동연 전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 연차총회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의 웨스틴 호텔에서 김 총재를 만나 북한 개발 지원을 위해 세계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부총리는 “북한 제재 등 북한 관련 상황의 진전을 보아가면서 국제사회 동의를 전제로 적절한 시기가 되면 세계은행이 적극 나서달라”고 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한-WB 협력기금(KWPF) 연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세계은행에 총 1억4000만 달러를 출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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