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4차 방중에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의 입장을 최종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북한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제재 완화 관련 논의뿐만 아니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주문할 가능성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이 미국과 내용상으로도 상당 부분 접근해 있고,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까지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방중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전략적 이익에 대한 조율을 위한 것"이라며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북한이 가질 대미 협상력을 최대한으로 만들고,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종철 경상대 교수(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 의제가 나온 상황에서 중국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조언을 구하려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지난해와 같은 패턴대로 남·북 정상회담 또는 북·미 정상회담 전에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면, 오는 2월 초순이나 중순에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이뤄지거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만큼, 이번 방중은 북·미회담을 위한 준비단계로 보인다. 이는 2차 북미회담이 임박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 본부장은 이어 "제4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대북제재 완화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중국에 식량지원 등 대북 경제지원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불발되거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을 마련하고자 방중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재·압박 일변도가 올해 계속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북·미 간 협상에서 일방적인 양보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김진영 한양대 교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중요하지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이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며 "짧게는 2019년, 좀 더 나아가 2020년까지 북한의 로드맵을 들고 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순진 동국대 교수는 "신년사에 나타난 대로 북한의 올해 베스트플랜은 미국과 빅딜을 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안됐을 경우를 대비해 북한이 '플랜B'를 마련하려는 차원도 있다"며 "그리고 새로운 길인 '플랜B'는 다시 (군사) 도발로 가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 대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동하는 역할로, 북·중 간 밀착성을 미국에 전달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도 중국을 소위 배경으로 두고 움직이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로 중국을 포함한 남·북·미·중 4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올해 외교목표로 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신년사에서 언급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다자협상이나 '새로운 길'의 가능성 언급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첫 외교 행보로 중국을 택한 김 위원장의 결정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 속에서 신년사에서 언급한 경제성장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중국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박종철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신년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올해가 북·중 수교 70주년인 점을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북한 인민 생활과 직접 관련되는 부분에 대해 중국이 방중한 김 위원장에 '선물'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이어 "북·중 무역수지는 제재 때문에 당장 개선하기 어렵고, 수산물·의류 임가공·인력수출·관광을 비롯한 무역외 수지에서 선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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