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으로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 협상이 맞물린 만큼,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중 양국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나온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北 이해관계는…북·미 2차 정상회담 전 지렛대로 활용·정상국가 부각
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대비하기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북·미의 두 번째 정상회담 준비가 일정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등 중요한 정치적 계기마다 중국을 찾았기 때문이다.
북·중 간 밀월은 여러 계기에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지난해 3월, 5월 , 6월에 각각 1·2·3차 방중을 통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전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현 단계 진행 상황과 향후 방향에 대해 중국과 조율이 순조롭게 마무리가 될 경우,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북한이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이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회복과 이를 통한 대미 메시지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해 중국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익 중 하나는 정상국가 이미지 부각이다.
북한 매체는 이날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기도 전에 중국 매체와 동시에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발표했다.
그동안 방중을 마치고 귀국했거나 일정을 소화하고 있을 때 관련 사실을 공개해온 과거 사례와는 달리 이례적이다. 이는 북·중 정상 간 만남이 정상국가 사이의 교류임을 내세우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부인인 리설주 부인이 동행한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정상국가임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여느 해외 정상들처럼 배우자와 함께 해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양복을 입고 집무실 소파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원색적인 표현도 빼는 등 집권 후 북한의 '글로벌 스탠더드화'에 몰두해왔다.
◇中 이해관계는…비핵화 '중국 역할론' 강조-미·중 무역전쟁 종식
중국 역시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회로 보고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북한과의 밀착된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 미국 압박과 한반도 정세에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기회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1차 북·미 정상회담 전 김 위원장의 방중 이력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을 준비하며 시 주석의 조언을 구하거나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를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 확전을 막으려 노력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최근 방중이 시 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조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북한에 머무는 8, 9일은 미·중 무역협상 시기와 맞물리는 절묘한 타이밍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7~10일 중국 방문은 시 주석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는 중국이 미·중 이슈에 북한을 끌어들인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또한 이번 북·중 접촉을 통해 중국이 대외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이슈에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반도 전문가인 왕성(王生) 지린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는 이날 환구시보를 통해 "지난 1년간 한반도 정세의 국면 전환에 있어서 지난해 세 차례 열린 북·중 정상회담의 역할이 매우 컸다"며 '중국역할론'을 강조했다.
왕 교수는 "만약 향후 북·미 회담 진전이 순조롭게 이어져 북한이 정책의 중심을 경제건설에 두면 한반도 정세는 앞으로도 호전되는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며 "중국은 앞으로도 핵심적 요소로서 존재할 것이며, 이는 다른 국가는 대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중 밀월'에 韓정부, "한빈도비핵화-북·미회담의 디딤돌 되길" 입장 밝혀
북·중 간 최고위급 교류가 또 한 번 이뤄지는 데에 대해 우리 정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중국과 북한 간 교류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진행 중인 남북-북·중-북·미 간 각각의 교류가 서로 선순환해서 하나의 발전이 또 다른 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방중 전 사전 통보한 시점과 관련해서는 "외교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통보 시점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다만,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해 사전에 북·중 양측과 긴밀히 소통해왔고 충분히 정보를 공유해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이후 남북 간 특사교환 또는 고위급회담 등을 추진하는 게 있는지에 대해 그는 "현재로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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