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는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황금 돼지의 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는 국내 여행 명소 7곳을 1월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발표했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랑스런 '돼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여행지에서 복과 부의 기운을 물씬 받고 오는 것은 어떨까.
펀치볼 분지로 유명한 해안면은 특이하게 지명에 돼지 해(亥) 자를 쓴다. 본래는 바다 해(海) 자를 써서 해안(海安)으로 불렸는데, 분지 안쪽 산기슭에 뱀이 많아 돼지를 풀어 키웠더니 뱀이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해안면에서는 을지전망대에 올라 펀치볼 분지와 멀리 설악산, 금강산 등을 바라보자. 세계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조형물 ‘그리팅맨(Greetingman)’과 양구전쟁기념관도 해안면에 자리한다.
양구 시내에서 해안면으로 갈 때 돌산령터널을 지난다. 터널 입구에서 오른쪽 도로로 빠져 옛길인 돌산령으로 차를 몰았다. 터널로 쉽게 해안면에 도착하면 왠지 싱거울 것 같아서다.
돌산령에서 해안면의 펀치볼 분지가 잘 보이길 내심 기대했다. 길이 2995m 돌산령터널은 2008년에 뚫렸다. 그전까지 해안면 사람들은 험준한 돌산령을 넘어 시내로 다녔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눈이라도 오면 길이 끊겼다고 한다.
구불구불 이어진 돌산령 오름길은 의외로 말끔하다. 군인들이 산비탈에서 떨어진 돌을 치우는 모습도 보인다. 군부대를 지나 도솔산 허리를 따르니 전망대 하나가 눈에 띈다. 자전거 여행 코스인 ‘펀치볼돌산령길’을 만들며 조성한 전망대다. 널찍한 데크에 서니 함지박처럼 생긴 펀치볼 분지가 제법 잘 보인다.
분지가 화채 그릇(punch bowl)처럼 생겼다고 해서 펀치볼이라 불린다. 한국전쟁 당시 해안면 일대의 전투를 취재하던 미국 종군기자가 붙인 이름이다. 왜 이처럼 특이한 분지가 생겼을까? 운석 충동설과 차별 침식설이 있는데, 후자가 더 신빙성이 높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내려와 양구통일관 앞에 차를 세우고, 해안면의 품에 안겼다. 돌산령을 넘으며 본 우락부락한 산세는 어느새 온화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해안면은 밖에서 보면 험준하지만, 안에 들어오면 포근한 느낌이 든다.
양구통일관 건물 앞 광장에 거대한 옥빛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유영호 작가의 공공 미술 작품 ‘그리팅맨’이다. 거인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묘한 정겨움이 느껴진다.
유영호 작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본 왕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장면을 봤다. 악수하는 서양식 인사보다 고개를 숙이는 동양식 인사가 자기반성적이고 미래지향적이란 생각에서 ‘그리팅맨’이 탄생했다.
본래 을지전망대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군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해 이곳에 세웠다고 한다.
‘그리팅맨’은 유 작가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맨 처음 우루과이에 세웠고, 앞으로 10여 개 국가에 작품을 설치할 계획이다.
‘그리팅맨’ 옆에 자리한 양구전쟁기념관은 한국전쟁 때 격전을 벌인 양구 지역의 9개 전투를 담았다.
도솔산 전투, 피의 능선 전투, 펀치볼 전투, 백석산 전투, 가칠봉 전투, 대우산 전투, 크리스마스고지 전투, 949고지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다. 참전한 군인들의 보잘것없는 유품에 마음이 아프다.
을지전망대에 가려면 양구통일관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신분증이 꼭 필요하다. 허가서를 받고 차를 몰아 검문소를 통과하면 가칠봉 능선에 자리한 을지전망대 앞이다.
전망 데크에 서자, 남쪽으로 해안면 펀치볼 분지가 한눈에 담긴다. 돌산령에서 본 풍경보다 크고 깊다.
왼쪽 멀리 보이는 뾰족한 산봉우리가 설악산이다. 을지전망대 안으로 들어가면 황량한 DMZ가 펼쳐지고, 멀리 금강산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설악산에서 금강산까지 백두대간의 웅장한 흐름을 감상할 수 있다.
양구는 우리나라 국토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한반도의 배꼽 격인 국토 정중앙 점은 국토정중앙천문대 근처 봉화산 기슭에 있다.
좌표는 동경 128˚02'02.5˚, 북위 38˚03'37.5˚다. 천문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국토 정중앙 점 안내판이 나온다. 그곳을 따라 20분쯤 완만한 오솔길을 지나면 휘모리탑이 보인다. 여기가 국토 정중앙 점이다. 탑 안에 배꼽 모양 옥석이 놓였다. 옥석을 어루만지며 한반도의 기운을 받아본다.
휘모리탑에서 내려오면 발걸음은 국토정중앙천문대로 이어진다. 천문대에서 주망원경인 구경 800mm 반사망원경으로 별자리와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투영실에서 의자를 젖히고 환상적인 오로라 영상을 감상하며 양구 여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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