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하게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미래 먹거리 경쟁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하면 ‘디지로그(Digilog)'이다. 즉, 디지털 기반에 아날로그적 감성이 융합하는 새로운 기술의 창조인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이 단순한 기술의 진보가 아닌 그 중심에 사람이 있고, 궁극적으로 삶의 혁신으로 귀결된다. 디지털 일변도의 먹거리 개발에 한계가 노출되면서 아날로그를 끌어들임으로 인해 훨씬 더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스마트'라는 용어 자체도 단순한 디지털적인 접근만이 아닌 아날로그적 정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스마트 폰·카·시티·팩토리 등에도 기술적 요소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가 가미되어야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우위에 있는 자가 본격적인 디지털 경쟁 시대에서도 승자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일본 기업들의 도전은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돌아온다. 중국이나 동남아 기업가들이 표면적으로 한국을 벤치마킹한다고 떠들지만 내면적으로는 일본의 사례에 더 집착한다. 정작 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기업은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무지루시료힌(無印良品: MUJI)', '다이소(Daiso)’ 등이다. 우리 한류(韓流)의 인기가 높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힘의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역부족이다. 한류에 편승해 해외에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본 기업의 순발력과 폭발력에는 크게 못 미친다. 소비자의 니즈에 기초하여 디지털과 감성을 연결하는 기획력과 머천다이징 등 상품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상품, 그리고 이를 백업하는 종합적 기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사회 저변의 문화적 기반과 철저한 기업가 정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유니클로’, ‘무지루시료힌’, ‘다이소’ 등 일본 기업의 사례 벤치마킹할 만하다
‘다이소’는 1997년 일본의 히로시마에서 출범한 균일가격(‘100엔숍’에서 출발) 생활용품 브랜드다. 일본 국내 약 3,150개 점포와 해외 26개 국가 1,400개 점포가 있으며, 매출액은 약 4조 2000억 원에 달한다. 국내에는 지난 1992년에 합작으로 상륙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1,3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류 브랜드인 ‘미니소(Miniso, 중국명: 名创优品)’는 2011년 일·중 합작으로 세워진 브랜드로 전 세계 1,8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진출해 있기도 하다. 이들 3개 기업의 공통적 특색은 비싸지 않으면서 품질이 우수하고 희소성이 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를 즐겁게 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혹자는 우리 섬유패선 산업이 저력이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애써 강조한다. 서울의 패션, 경기의 니트, 대구의 직물을 연결시키면 승산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러나 미래 기술에 대한 안목과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시킬 있는 상품과 브랜딩·스토리 개발이 수반되지 않으면 헛수고다. 개방성과 더불어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물류 시스템과의 연계는 필연적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