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당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華爲)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데 이어 화웨이 제품 퇴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시사하자 중국 관영매체는 즉각 반발하며 폴란드에 대한 구체적인 보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14일 중국 정부기관 배경의 웨이신(微信·위챗) 뉴스계정 '뉴탄친'(牛彈琴)은 앞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보복조치로 폴란드 사과 수입 금지령을 내렸던 것을 거론하며 중국도 향후 폴란드 사과 수입을 제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폴란드는 유럽 최대 사과 수출국이다. 당시 러시아에 사과를 팔 수 없게 된 폴란드 사과 재배 농가는 커다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관영매체가 이처럼 폴란드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폴란드의 한 사이버보안 당국자가 13일(현지시각)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화웨이 제품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소식이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이는 앞서 8일 폴란드 당국이 현지 화웨이 중국인 임원인 왕웨이징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 것이 발단이 됐다. 화웨이는 즉각 왕씨를 해고하고, 이번 사건이 자사와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지만 폴란드내 화웨이의 스파이 활동에 따른 국가 안보 위협 우려는 고조되는 모습이다.
요아힘 브루드진스키 폴란드 내무장관도 지난 12일(현지시각)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과 나토가 화웨이의 통신장비 사용을 배제할지에 대해 공동으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폴란드의 화웨이 제품 퇴출 가능성에 대해 "안전 위협이라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죄명을 씌우는 것은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이 해외에서 발전하는 가운데 나오는 압력과 제한"이라며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의도는 모두가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과 무리한 압력을 중단하고, 상호 투자와 협력이 공평한 환경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언론인 환구시보는 14일자 사평을 통해 폴란드는 화웨이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데 따른 증거를 내놓으라고 압박을 가하면서 이번 사건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5G 굴기'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세력 확장을 극도로 견제하며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구입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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