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이 1985년 이태원 1호점 개장 이후 34년을 맞아 지속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염(Yum!) 브랜드에서 투자회사 오차드원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잡음’을 내기도 했지만, 점주들을 다독여 성장세를 유지하겠다는 포부다.
‘한국형 피자헛’이라 할 수 있는 패스트캐주얼다이닝(Fast Casual Dining·FCD) 콘셉트 매장이 그 핵심이다. 피자헛은 앞으로 전국 매장의 3분의 1 수준까지 FCD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 위치한 피자헛 FCD 매장을 찾았다.
FCD 콘셉트 매장은 시내 중심 상권에 자리 잡은 일반 피자헛 레스토랑과 달리 아파트 단지 안 등 주거 단지 밀집 지역에 위치한다. 인테리어도 카페형으로 바꿔 ‘외식을 위한 피자가게’가 아닌 ‘모든 연령대의 소비자층이 찾기 쉬운 동네 맛집’을 표방한다.
실제로 이날 찾은 약 40석 규모의 피자헛 여의중앙점 매장도 방과 후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주를 이뤘다.
최근 혼밥, 싱글족 등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피자업계도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배달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피자헛은 이와 반대로 기존 배달은 유지하면서 오프라인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2017년 경기도에 첫 FCD 매장인 구리도농점을 선보였다.
올 1월 기준 FCD매장은 전국 11개다. 서울에는 압구정과 목동, 여의도 단 3곳 뿐이다. 주목할 만 한 점은 FCD매장 1호점 구리 도농점을 직영이 아닌 가맹점으로 열었다는 것이다.
피자헛 매출은 2014년 1142억원, 2015년 893억원 등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악화에다 2017년 8월31일 오차드원이 한국피자헛을 인수하고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전환하면서 점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소하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때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전환한 피자헛이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FCD매장이다. 점주들의 이익 보전을 위한 실험대인 셈이다.
실제로 FCD매장에서는 기존 피자헛 매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제맥주도 판매하고 있다. 1~2인이 먹기 좋은 접시 크기의 8인치 피자 외에도 파스타나 리조또, 샌드위치 등 주거상권 소비자 입맛에 맞춘 신제품을 다양하게 판매한다.
할인 프로모션도 가맹점주와 본부가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통신사 제휴보다는 자체 행사에 초점을 맞췄다. 피자헛에서 통신사 할인은 15%에 불과하지만, 프리미엄피자를 매장에 방문해 포장하면 무려 40% 상시 할인해준다. 배달은 30%다.
성과가 나타나자 점주들도 만족하기 시작했다. FCD 매장은 배달 및 포장을 포함한 총 주문 건수가 일반 매장에 비해 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0월 기준 FCD 첫 매장인 구리 도농점은 일반 다이닝 대비 1.5배 주문 건수를 기록했다.
피자헛 관계자는 “5년 내 전체 매장의 25~30%를 FCD 매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도 “가맹점주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므로 충분한 협의를 통해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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