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발표된 주요 경기지표에 연이어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미국과의 무역전쟁 여파가 중국 경기의 본격적인 둔화세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내에서도 올해 경제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슝위안(熊園) 중국 궈성(國盛)증권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의 무역 분쟁 여파가 본격화하고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올해 중국 경제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분석했다고 중국 금융전문매체 금융계(金融界)가 지난 15일 보도했다.
앞서 중국 최고 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관칭유(管淸友) 루스(如是)금융연구원 원장도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국 경제 불황의 터널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의 비관론은 현재 중국 경제 상황을 판단해 볼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 무역지표,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의 성적 부진에서 비롯됐다.
중국 해관총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수출액은 달러 기준으로 2212억5000만 달러(약 248조419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이는 전달 증가율인 5.4%와 예상치 2%를 크게 밑도는 수치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중국의 수입액 역시 1641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6%를 기록해 2016년 7월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시장에선 전월 3.0%에 그쳤던 수입 증가율이 12월에는 5.0%로 다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12월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많이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였다. 불황형 흑자는 내수 위축과 제조업 생산 감소, 수출 감소, 다시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선행지표인 지난해 12월 PPI 상승률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12월 중국 PPI는 전년 동기 대비 0.9%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6%를 크게 밑돈 수준이며, 전달 상승률에 비해 무려 1.5% 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중국 P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4.7%를 기록한 후 무역전쟁의 영향이 커진 7월부터 6개월 연속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2.7%에 도달해 2016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CPI 상승률도 1.9%로 전달의 2.2%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개월 연속 둔화 추세를 이어간 것으로, 시장 전망치인 2.1%에도 미치지 못했다.
CPI와 PPI가 동시에 둔화한 것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소비가 안 되니 생산을 줄이고, 생산을 줄이니 소비가 안 되는 악순환의 전초로 ‘세계의 공장’이 멈춰간다는 얘기다.
앞서 발표된 중국 제조업 PMI도 경기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중국의 중소 민간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조사한 차이신 제조업 PMI는 지난해 12월 49.7을 기록하며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확장과 수축을 구분하는 50선 밑으로 떨어졌다. 대형 국유기업이 주요 조사대상인 중국 국가통계국 PMI도 49.4를 기록하며 2016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수축국면에 진입했다.
지난해 약 6.6% 성장한 중국 경제가 올해 성장률은 6.5% 이하로 전망되는 이유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6.6%보다 0.4% 포인트 낮은 6.2%로 내다봤다. 1990년 이후 29년 만의 최저치다. 세계은행도 지난 8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6.2%로 제시했다.
이를 반영해 중국 정부도 3월 양회에서 올해 성장 목표치를 6~6.5% 정도로 제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무역전쟁과 같은 외부 변수 때문에 6%대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제 전문가 데이비드 브라운의 분석을 인용,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운은 “중국의 경기가 위험한 수준까지 다다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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