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재계 총수의 만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행정부 수반과 한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인의 회동은 정부의 국정철학과 경제계의 혁신 전략을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이는 역대 정권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하나의 '시험 무대'였다. 정부도 기업도 '운명공동체론'의 공감대 형성 없이는 공생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재계 총수 등과 회동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다만 회동 이후 실질적인 후속 대책이 없을 경우 이들의 만남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대통령·재계총수 만남…국정수행의 핵심축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재계 총수와 회동한 것은 2017년 7월27∼28일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지 80여일 만에 기업인과 만난 것이다.
앞서 경제계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달여 동안 기업인과 회동하지 않자 "소통 창구가 닫힌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비정규직의 정규'화에 속도를 내는 문재인 정부가 재벌·대기업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시각도 많았다.
가까스로 성사된 이들의 첫 만남은 문 대통령 스타일답게 '호프미팅' 등 형식을 파괴한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진행했다. 당시 첫번째 간담회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 기업인 8명이 참석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 나서 달라"고 독려했다. 기업인들은 당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등을 둘러싼 한·중 통상 갈등 등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둘째날 간담회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평창 동계올림픽, 조선업 살리기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역대 대통령도 재계와 만남에 의미 부여
이듬해 기업인과 경제단체장 17명은 문 대통령과 함께 평양 남북정상회담(9월18∼20일) 참석차 방북길에 올랐다. 남북 경제협력이 한국 경제의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문 대통령의 경제행보가 빨라진 것은 지난해 연말께다. '고용·내수·수출 부진'의 삼중고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짓누르자,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중소기업중앙회 신년회, 같은 달 7일 중소벤처기업인 청와대 초청 등을 통해 경제계와 소통에 나섰다.
역대 대통령도 기업인과의 회동은 필수였다. 문 대통령과는 달리, 인수위원회 시절이 있었던 역대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일 때 경제계와 만났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선 후 26일 만에 4대 그룹 총수와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확정 후 6일 만에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소통했다.
5공 청문회 스타였던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은 파격, 그 자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석 달 뒤인 2003년 6월 단골집이던 서울 효자동 삼계탕집에서 총수들과 만났다. 서민 대통령을 표방한 노 전 대통령의 소탈한 성격이 한몫했지만, 일각에선 '기선제압'으로 봤다. 노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취임 1년쯤인 2004년 1월이다.
현대그룹 출신인 이 전 대통령은 취임 68일 만에 전경련 등 기업총수를 청와대로 초청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경제계와의 회동 정례화 등을 약속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은 취임 6개월 만인 2013년 8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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