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영국이 도출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영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브렉시트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영국 내부 정치는 물론 EU 체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결과, 전체 634명 중 반대가 432표로 찬성 입장(202표)을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정부가 하원 표결에서 200표 이상 표차로 패한 것은 영국 의정 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브렉시트의 마지막 관문인 의회 승인이 무산되면서 브렉시트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와 브렉시트 결정을 철회하는 '노 브렉시트', 조기 총선 등의 카드가 물망에 오른다. 제2의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테리사 메이 총리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도널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아예 영국 내 의견 충돌 문제를 극복하려면 브렉시트를 철회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뜻을 표하기도 했다. 앞서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도 영국의 일방적인 브렉시트 철회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EU 측은 '노딜 브렉시트'를 막는 데는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화 창구를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EU는 영국과 추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영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오는 7월까지 논의를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메이 총리는 제1야당인 노동당이 정부 불신임안을 제출하자, "불신임을 피하면 브렉시트 관련 '플랜 B'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신임 여부와 관계없이 당분간 정치적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영국 정부는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비율이 51.9%를 넘기면서 EU 탈퇴 작업이 본격화했다. 이후 메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 EU 탈퇴를 공식화함에 따라 공식 탈퇴 시점이 2019년 3월 29일로 확정됐다.
한편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이 예상에 부합했던 만큼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이 반등하는 등 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유니크레디트은행의 외환 전략가인 캐서린 고레츠키는 "브렉시트 방식이 좀 더 명확해지면 파운드화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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