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아파트. 정부가 과거 이른바 '목동 신시가지 건설사업'이란 명칭으로 1980년대 대규모 주택을 지어 공급한 곳이다. 모두 14개 단지로 나눠져 총 2만6000여 가구에 이른다. 인구 수만 따져봐도 약 4만명에 달한다.
서울에서 강남 대치동을 포함해 3대 교육특구 중 하나에 들어간다. 특히 본인 자녀들의 더 나은 교육여건을 위해서라면 높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이사하려는 이른바 '맹모(孟母)'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 학군뿐만 아니라 생활인프라도 풍부한 게 지역적 특징이다.
이들 아파트는 1985년부터 1988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뤄졌고, 전체 14개의 단지가 이미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상태다. 앞서 지난해 초 모든 단지가 예비안전진단(현장조사)을 통과하며, 재건축 일정이 본격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해 3월 정부에서 실제 첫 관문인 재건축 안전진단의 기준 비중에서 '주거환경' 축소 및 '구조안전성'을 크게 높이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그야말로 붕괴 위험이 있기는 커녕 상당수 주민들이 용역진행에 필요한 수 억원의 돈을 들이는데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제자리 걸음을 걷던 목동아파트의 재건축이 일부 주민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모양새다. 이날 찾은 9단지와 14단지 곳곳에 '목동 재건축, 현재와 미래 비전 준비 설명회'란 제목으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행사 주최 '1~14단지 주민 일동', 장소는 '강서구민회관 대강당'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연락처 조자 기재되지 않아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이 어려웠다. SNS상에는 "일을 추진한 M님과 소유주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투자자들이 더 들어올 듯하다"라고 적은 글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남의 일'로 치부하는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50대 주민 김모씨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밀안전진단을 받을 상황은 절대 아니다. 용역비 자체를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라고 생각하는데 누구라도 선뜻 비용을 낼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지 A공인중개업소 측은 "재건축을 규제하는 지금의 정부 정책에서 목동 단지들은 쉽사리 안전진단 신청에도 나서지 못할 것"이라며 "별개로 1~3단지에서는 3종 일반주거지역 상향조정에, 일부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저마다 목소리가 다르다"고 전했다.
한편 목동아파트들은 2018년 '9·13 대책' 이전까지 가파르게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 '거래 절벽 현실화' 등으로 매매가격이 빠르게 조정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시장에 나오는 (급)매물이 2억원 가까이 몸값을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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