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보이콧(불매)이 점점 확산되는 조짐이다. 독일 정부는 5세대(5G) 네크워크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B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5G 이동통신 네크워크 구축과 관련해 현행 보안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향후 현지 통신업자들이 화웨이의 5G 통신 장비를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독일은 화웨이의 가장 핵심 해외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화웨이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유럽 지사를 두고 유럽, 중동, 아프리카 시장으로 진출한다. 이곳에서 얻는 매출 비중이 2017년 기준 27%에 이른다. 중국 바로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때문에 독일이 화웨이에 등을 돌리면 화웨이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화웨이 측은 “결정은 독일 당국의 몫이며 그 어떤 결정이라도 감수하고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 국가에서 5G 문제를 정치화하고 있다”면서 “특정 시장 참가자들의 진입을 제한한다는 것은 가격이 오르고 혁신이 둔화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서구를 중심으로 많은 나라들이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보이콧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당초 독일 정부는 5G 네트워크에서 어떤 공급업체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퀸터 크링스 독일 내무부 차관보는 5G 네트워크 구축에서 특정 업체를 배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독일이 보안 요건을 강화한다는 소식은 독일도 이제 화웨이 장비에 의한 안보 위협을 엄중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외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화웨이를 통해 수집된 각종 정보가 중국 정부로 새나가거나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폴란드에서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런 우려에 불을 붙였다.
화웨이는 언론에 노출을 꺼려왔던 런정페이 회장까지 직접 나서서 정부 스파이설에 선을 긋고 있으나 외부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화웨이 보이콧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동맹에게 화웨이로 인한 안보 위험을 브리핑했다. 16일에는 미국 법무부가 화웨이의 기술탈취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미국 의회는 중국 양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에 대한 부품 판매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는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은 통신업체들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배제 움직임이 일었다. 체코 정부는 보안 우려를 이유로 자국 공무원들에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근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가 화웨이가 지원하는 연구 비용과 자선 기금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영국에서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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