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교수를 살해한 가해자는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였다. 경찰은 그가 망상에 의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정신질환자 범죄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번 사건이 더욱더 안타깝다. 적극적인 예방책을 미리 마련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201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인 김모씨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조현병으로 4차례 입원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 당시 김씨를 조사한 프로파일러는 그가 피해망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었다. 그나마 이번 임 교수 사망으로 인해 국회와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급하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에서 지속됐던 폭행 사건과도 연관이 있지만, 가해자가 정신질환자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경북 영양군 경찰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관련 의료계 단체는 입장문과 함께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학회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퇴원 후 일정기간 외래치료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외래치료명령제도 강제성과 보완책이 전무하며, 퇴원 이후 치료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게도 본인 동의가 없으면 지역사회 정신보건 유관기관으로 연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정신질환자 치료를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모두 떠안고 있어 국가 책임이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에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귀시설, 주거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퇴원 후 정신질환자를 위한 시설이 있긴 하지만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학회 등 전문가에 따르면, 조현병‧조울증 등 정신질환은 일부 환자에게서만 급성기에 공격성이 나타나며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폭력적 행동이 나타난다.
임 교수를 살해한 가해자는 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 후 1년간 치료를 받지 않다 갑자기 병원에 나타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외래 치료가 필요했으나 사실상 방치된 셈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 역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병이)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퇴원 후 5개월가량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 사건이 있기까지 학회가 지적한 문제점 중 어떤 것도 해결된 것은 없었고, 또다시 비극은 벌어졌다.
사후약방문, 즉 사람이 죽은 뒤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