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사후약방문’ 그만…故 임세원 교수 사건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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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기자
입력 2019-01-2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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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희 생활경제부 기자 ]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로부터 참변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죽음은 그의 동료‧환자뿐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임 교수를 살해한 가해자는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였다. 경찰은 그가 망상에 의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정신질환자 범죄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어서 이번 사건이 더욱더 안타깝다. 적극적인 예방책을 미리 마련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2016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인 김모씨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조현병으로 4차례 입원하는 등 정신질환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 당시 김씨를 조사한 프로파일러는 그가 피해망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북 영양군에서 경찰관 1명이 조현병 진단으로 입원한 병력이 있는 40대 남성의 난동을 제지하다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었다. 그나마 이번 임 교수 사망으로 인해 국회와 정부가 재발방지 대책을 급하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에서 지속됐던 폭행 사건과도 연관이 있지만, 가해자가 정신질환자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지난해 경북 영양군 경찰관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관련 의료계 단체는 입장문과 함께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학회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퇴원 후 일정기간 외래치료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외래치료명령제도 강제성과 보완책이 전무하며, 퇴원 이후 치료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환자에게도 본인 동의가 없으면 지역사회 정신보건 유관기관으로 연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정신질환자 치료를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가 모두 떠안고 있어 국가 책임이 빠져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에 정신건강복지센터, 사회복귀시설, 주거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퇴원 후 정신질환자를 위한 시설이 있긴 하지만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학회 등 전문가에 따르면, 조현병‧조울증 등 정신질환은 일부 환자에게서만 급성기에 공격성이 나타나며 치료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폭력적 행동이 나타난다.

임 교수를 살해한 가해자는 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 후 1년간 치료를 받지 않다 갑자기 병원에 나타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외래 치료가 필요했으나 사실상 방치된 셈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가해자 역시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병이)재발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퇴원 후 5개월가량 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 교수 사건이 있기까지 학회가 지적한 문제점 중 어떤 것도 해결된 것은 없었고, 또다시 비극은 벌어졌다.

사후약방문, 즉 사람이 죽은 뒤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일을 그르친 뒤에 아무리 뉘우쳐야 이미 늦었다는 말이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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