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 17일 현대차·KT·카카오 등 19개 기업이 신규 제품·서비스 허가를 신청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모래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처럼 정부가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기업이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가 한 달 안에 어떤 규제가 있는지 확인해주거나 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소 2년 동안 관련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준다.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19개 기업의 주요 신청내용을 시리즈로 집중적으로 분석해본다.
지능형 모바일 고지 서비스 활성화를 가로막던 규제장벽이 조만간 허물어진다. 정부가 '선(先)사업, 후(後)규제' 방안을 담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규제샌드박스를 본격 시행하면서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이 비용절감 효과와 정보 열람률이 높은 모바일 전자 고지 시스템 도입을 적극 추진할 전망이다.
그간 각종 세금 납부에 필요한 종이고지서가 사회적 낭비라는 공감대를 이뤄왔지만 정부 차원의 '개인정보' 활용 등에 대한 관련 법령이 갖춰지지 않아 모바일 고지서 도입이 지지부진했다.
◆버려지는 우편들··· 전자고지 대체시 연간 수천억원 세금절감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17년 1월 발간한 '지방세 스마트고지서 송달제도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지역별 지방세 납세를 위한 일반우편 및 등기우편은 8만4700건으로 총 비용만 약 342억원에 달한다.
우편의 경우 1차 발송비용뿐 아니라 수신자가 열람기간을 놓쳐 재발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세금낭비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 밖에 의료보험, 과태료, 재산세 등 각종 세금고지서를 모바일 고지로 대체하면 연간 수천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카카오와 KT는 ICT 융합 규제샌드박스 시행 첫날인 지난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공기관 등의 모바일 전자고지 활성화'를 위한 임시허가를 각각 신청했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3월 병무청 입영통지서를 시작으로 10월 도로안전교통공단, 11월 국민연금과 연계해 자동차정기점검통지서, 국민연금 납부내역서 등 개인정보 인증이 필요한 중요문서를 카카오톡으로 고지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중요문서의 열람률을 높이는 데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공감하고 있어 도입의 필요성을 두고 많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법령이 미비해 도입을 꺼렸던 곳들도 이번 계기를 통해 적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공공기관 연계정보(CI) 일괄 변환을 활용한 모바일 통지 서비스'를 추진한다. 지난해 6월 과기정통부로부터 공인전자문서 중계자로 지정 받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공공알림문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국민연금이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해 8월 성남시가 모바일 고지를 활용 중이다.
성남시는 체납자를 대상으로 수신자 사전동의 하에 체납 정보를 문자로 알리는 '체납 안내문 지능형 온라인 등기발송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지자체 요청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와 부산, 인천, 울산, 경기도, 강원도, 과천, 춘천, 충주, 포항, 창원 등 115곳의 체납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는 사전동의 후에만 발송이 가능한데 (ICT 규제샌드박스)임시허가가 난다면 일괄 발송이 가능해 열람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우편 의존도 높은 해외··· 한국 공공주도 모바일 고지 선도사례 될 듯
해외의 경우, 중국이 2014년부터 민간 애플리케이션 '웨이신'을 통해 납세신고 서비스를 전국에 확대 시행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 특성상 공공 주도 사업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주요 선진국은 미국의 AT&T, 독일의 보다폰 등이 자사가 개인정보를 보유한 개인 고객들에 한해 영상고지서를 발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LG유플러스가 이달 초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영상고지서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번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개인정보를 암호화한 CI 활용의 길이 열리면 상당수 지자체 및 기관들이 모바일 고지서 도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만료 3개월 전 알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외교부도 모바일 고지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곳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모바일 고지의 활용도가 클 것"이라며 "아직 해외에서 고지서를 모바일로 제공하는 사례는 없다. 이번 기회에 모바일 고지서와 관련해 보이지 않는 규제가 확실하게 정리되면 공공 주도의 ICT 혁신 선도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식에서 "규제샌드박스 심의는 최대 2개월을 넘기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ICT 규제샌드박스 활성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