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복지비 분담액이 과다하다며 국비 지원을 10~20% 더 늘리도록 요청하는 편지를 청와대로 보낸 것과 관련, "상당히 타당하고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라며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 구청장의 편지를 보여주며 "이미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에 공개해도 될 것 같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말씀 드리고 싶다는, 절박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기초단체 가운데 부산 북구가 재정 자주도가 가장 낮고, 반면 사회복지비 비율은 가장 높은 편이라고 한다"라며 "여기에 기초연금이 인상되면서 북구의 분담액도 늘어나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편지의 요지"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기초연금은 국가가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를 기초단체가 부담한다. 국비는 기초단체의 재정 자주도와 노인인구 비율 등 두 가지 요소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중 노인인구 비율 기준은 합리적으로 설계돼 있는데, 재정 자주도는 '90% 이상', '90% 미만∼80%이상', '80% 미만' 등 세 단계로만 분류돼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거의 모든 기초단체의 재정자주도가 80% 미만이기 때문에, 재정 자주도에 의한 구분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부산 북구는 재정 자주도가 30%도 안되는데, 80%에 가까운 지자체와 같은 비율로 기초연금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구는 부산 16개 시군 가운데 재정 자주도는 가장 낮은데 기초연금의 분담 비율은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기초연금 예산도 다른 구보다 2.5배 이상 많은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복지비용 부담이 크면서도 재정 자주도가 낮은 단체가 부산 북구, 광주광역시의 북구와 서구, 대구 달서구 등 4곳이 있는데, 이 네 곳만이라도 국가의 부담을 늘려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제안이 나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 오늘 수보회의에서 다루려고 했던 안건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 대해 제도 개선을 논의해주기 바란다"라고 즉석에서 제안했다.
앞서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8분 정 구청장 사무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직접 질문하고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편지를 보내셨네요"라고 운을 띄운 뒤 13분간 정 구청장에게 복지비 분담 문제의 어려움에 관해 묻고 의견을 들었다.
정 구청장은 "대통령께서 '북구 화명 신도시에 젊은 인구가 유입돼 취득세와 주민세가 많이 들어오지 않느냐'며 구체적인 재정 상황을 물었다"면서 "이에 취득세와 주민세는 시비로 편입되고, 구비는 재산세밖에 없는 없는데 재산세가 많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재정자주도가 40% 미만인 곳도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물었고, 정 청장은 "그럴 것이다. 그래서 기획재정부가 국가 부담분을 늘려주는 것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지자체의 재정 상황을 파악한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보자"고 말한 뒤 전화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또 "이 문제뿐만 아니고 아동수당, 기초생활보장문제 등 비슷한 성격의 복지 예산 등이 기초단체별로 재정 자주도와 또 수혜자들의 분포 등에 있어서 차이가 나고 그에 따라서 발생하는 기초단체들간의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해 들여다보는 기회를 삼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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