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8년來 최악 경제성적표…"올해는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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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1-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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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성장률 6.6%, 1990년 이후 최저치

  • 내수·투자·수출 동반침체, 무역전쟁까지

  • 세계 경제도 긴장, 美 협상 타결이 관건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 어렵다. 성장률 둔화 기조가 뚜렷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더해진 탓이다.

연중 내수 침체와 투자 위축, 수출 감소 등의 경고음이 쉴 새 없이 울려댈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기대 성장을 유지해 온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손에 쥐고 미국과 무역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중국의 마음도 무겁기만 하다.

◆목표 달성했지만…위기론 더 커져

21일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6%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GDP 총액은 90조309억 위안(약 1경4910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3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 때 밝힌 성장률 목표치 6.5%를 상회하는 수치다.

목표를 달성했지만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더욱 불안해졌다.

경기 둔화세가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 발표된 성장률은 1989년 터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중국 경제에 대한 회의론이 극에 달했던 1990년 3.9%를 기록한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후 중국 경제는 성장을 거듭하다가 2010년 10.6%로 마지막 두 자릿수 성장률을 찍은 후 2011년 9.5%, 2012년 7.9%, 2013년 7.8%, 2014년 7.3%, 2015년 6.9%, 2016년 6.7%, 2017년 6.8%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시작되면서 중국은 양적 성장 대신 질적 성장으로 경제 발전 모델을 전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던 와중에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이 터졌다.

지난해 분기별 성장률은 1분기 6.8%에서 2분기 6.7%, 3분기 6.5%, 4분기 6.4% 등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중국이 추진하던 공급 측 구조 개혁 등 내부의 경제적 모순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 악재까지 겹치다보니 우려가 확산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6.4%)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4.4% 감소했고 수입액도 7.6% 줄었다.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0.9%로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로 2016년 8월 이후 수축 국면에 재진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무역전쟁의 여파가 그동안 잠재돼 있던 리스크까지 증폭시켜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도 긴장한 기색 '역력'

글로벌 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에서 위기 신호가 발신되자 전 세계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고정자산투자와 산업생산 증가율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가운데 소매판매도 전년 대비 8.9% 증가하는 데 그쳤다. 1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거듭나겠다는 중국이 내수 부진에 시달릴 경우 글로벌 교역 규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고 스마트폰 판매량도 0.6% 줄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액은 9.4% 감소했다. 모두 내수 침체의 징조다.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지방채 발행 확대와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 고속철·공항 등 대형 인프라 사업 승인 등을 통한 경기 부양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4조 위안(약 663조원)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선 경험이 있다.

다만 지방정부 및 기업의 부채비율이 급등한 현 시점에서 또 한번 메가톤급 재정 투입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원은 올해 중국 경제가 'U자형'이나 'V자형' 대신 'L자형'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관영 연구기관도 경기 반등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셈이다.

◆무역협상 테이블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처럼 실물경제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있다면 소비·생산·투자 심리는 살아난다.

중국 경제를 향한 불안 심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 협상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

중국의 경제 사령탑이자 대미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류허(劉鶴) 부총리는 오는 30~31일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 회담에 임한다.

최악의 경제 성적표를 들고 가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미국의 거친 공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 감축과 관련해 양측은 거의 합의에 이른 듯 보인다.

지식재산권 보호 및 산업 고도화 전략인 '중국제조 2025'의 궤도 수정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는 전언이다.

3월 초로 예정된 협상 시한 전까지 '봉합' 수준에 가까울지라도 합의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양측이 합의에 이른다면 중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대형 악재 하나가 제거되는 셈이다.

관건은 미국의 합의안 이행 점검 요구를 중국이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다.

미국 측은 매 분기 합의 내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미·중 고위급 회담을 거쳐 협상 시한 전까지 피상적 수준의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중국 입장에서는 합의안 이행을 점검하겠다는 미국의 요구를 굴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이 정치적 리더십에 손상을 입지 않고 미국과 합의에 이를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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