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확대를 놓고 정부와 약사 간 충돌 재점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2일 ‘복지부의 꼼수와 만행을 규탄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내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까지 촉구했다.
약사회에 따르면, 이달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성 기준에 대한 심의·자문을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자체 선정한 전문가 자문위원회에 각각 맡겼다.
약사회는 이같은 복지부 행정이 국회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사회는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수 의원이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박능후 장관이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과정에서 안전성 문제는 식약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또 당시 복지부가 서면질의에 대해 내놓은 답변에는 식약처가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성 검토 기준은 ‘수정사항 없음’, 안전성 기준과 제품명 등은 ‘현행화’로 결론짓고 회신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했다.
약사회는 “식약처 안전성 기준 검토 현행화라는 국정검사 답변이 나온 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식약처 중앙약심에 재검토를 요청한다는 것은 국회를 조롱하고 스스로가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같은 정부 부처인 식약처를 압박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자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선정한 것도 문제삼았다. 약사회는 “현재 복지부가 자체 구성한 자문위 또한 별도로 위원회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전문가 개별로 접촉해 그 결과를 수렴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러나 전문가 개개인은 복지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피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3자가 알 수 없는 구조이기에 얼마든지 그 결과가 편집·왜곡될 우려가 매우 높다고도 했다.
이어 “복지부는 별도로 밀실자문위원회까지 구성하는 것은 안전상비의약품을 확대시키려는 복지부 꼼수와 만행에 불과할 따름”이라며 “이를 강력 규탄하고, 보건복지부 장관과 담당 책임자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조정은 지난해 8월 ‘제6차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부터 진전되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안전상비의약품 중 국민 수요가 낮은 제품은 제외하고 야간·휴일에 시급히 사용할 필요가 높은 의약품을 추가하는 품목조정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한약사회 측 반대로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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