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불과 2년 전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현지 판매가 반토막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베이징시가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현대차를 뺀 것이다.
보조금 혜택은 전기차 판매와 직결되는 만큼, 이미 생산된 차량의 재고가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부터 전국에서 '신에너지 자동차 의무생산제도'를 실시한다. 신에너지 자동차 의무생산제도는 제조사가 자동차 생산·판매량의 10%를 신에너지 자동차로 생산·판매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현대차가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는 79만177대였다. 단순 계산해 보면 올 한 해 8만여대의 친환경차를 생산·판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현대차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수치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차가 현지법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판매한 친환경차는 중국 전체 판매량의 0.44%에 불과한 3464대였다. 위에둥 EV 379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2254대,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831대 등이다. 친환경차를 지난해만큼 판매한다면 7만5000대 이상이 재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가 친환경차 의무 생산·판매를 하지 않는다면 부족한 물량에 대한 신에너지 포인트(크레딧)를 타 기업으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크레딧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얼마에 이뤄질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대차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10%라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는데 이걸 지키지 못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제재가 가해지는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는 상태”라며 “크레딧을 구매하거나 차량 가격을 조정해 판매량을 맞추는 방식 등 여러 대응책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상황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37만2대)을 감안하면 올해 약 3만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해야 한다. 기아차는 지난해 12월부터 현지 전략형 차종인 KX3에 기반해 만든 순수 전기차 'KX3 E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기아차는 중국에서 K5하이브리드와 K5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판매하고 있다. 두 차종의 지난해 판매량은 5086대로 의무생산비율 10%를 채우기에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자국 업체 경쟁력 제고 위한 '보호무역주의' 일환
베이징시가 보조금 대상에서 현대차를 제외한 것은 장기적으로 중국 현지 전기차 업체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키운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장기적으로는 중국 외 신흥국 시장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프로스트앤 설리번의 비벡 바이디아 컨설턴트는 “일부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시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안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인도에서 전기차 생산을 승인받으며 본격적인 신흥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선 현대차그룹으로선 중국뿐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서도 중국업체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저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약진하는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이기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로서는 전기차 시대에 어떤 포지션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장기 플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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