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실적 신기록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SK하이닉스의 매출 비중에 약 80%에 달하는 D램 가격 하락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D램 가격 하락이 이어져 실적 낙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 제품 등으로 대응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24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9조9380억원에 영업이익 4조4300억원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분기(11조4168억원)보다 13.0% 줄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9조276억원)보다는 10.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세웠던 신기록(6조4724억원)과 비교하면 31.6%나 감소했고, 1년 전(4조4658억원)에 비해서도 0.8%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는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5조1000억원)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영업이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은 44.6%로, 지난해 1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 D램 출하량이 전분기보다 2% 감소했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1%나 떨어지는 등 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쳤다. 낸드플래시도 출하량은 10% 증가했지만 ASP는 21%나 급락했다.
◆ 올 1분기도 어렵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에도 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년간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을 이끌었던 D램 가격 하락폭이 기존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분기 서버 D램 계약 가격이 전분기 대비 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업체가 기존에 예상했던 하락폭인 15%보다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중앙처리장치(CPU) 공급부족으로 인해 PC D램 출하가 감소하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중화권 소비성향 위축으로 모바일 수요도 줄었다.
업계에서는 올 1분기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48.2% 줄어든 2조3000억원,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작년 추정치 대비 47.9% 감소한 11조1000억원으로 각각 전망된다"며 "적어도 2월까지 (반도체) 현물가격과 수출잠정치 등이 부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왕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역시 메모리 산업 둔화 가속에 따라 실적 낙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후에도 스마트폰과 PC의 감소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큰손인 클라우드 업체들이 언제 재고정책을 정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 충격 최소화···기술혁신으로 대응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실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첨단 기술 제품에 집중한다. 후발 업체와 기술 격차를 벌려 업계 선두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주력인 D램 사업의 경우 16기가비트(Gb) DDR4 제품의 고객을 확대하는 한편 미세공정 기술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1세대 10나노급(1X)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2세대 10나노급(1Y) 제품의 안정적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72단 3D 낸드를 기반으로 기업용 SSD(솔리스테이트드라이브)와 모바일 시장에서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96단 4D 낸드도 적기에 양산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문지혜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는 향후 적절한 가격 대응으로 출하량을 방어하고, 사내 재고 비축량을 조절해 판매 가격 급락을 방어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메모리 시장이 정보기술(IT) 전반의 수요 둔화와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 등으로 성장률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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